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후보의 서울 강북을 지역구에 전략공천 방침을 내비쳤다. ‘30% 감점 룰’ 때문에 1위를 하고도 차점자로 탈락한 박용진 의원을 배제하고, 제3의 인물을 공천하겠다는 뜻이었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몇몇 친명 인사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됐다. 재심을 청구한 박 의원은 “재심 절차도 경선의 일부”라며 경선이 끝나지 않은 만큼 차점자인 자신이 공천을 받는 게 맞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의 정 후보 공천 취소는 애초 적격 심사 과정이 잘못됐음을 뒤늦게 인정한 걸로 볼 수 있다. 정 후보의 ‘목발 경품’ 발언 논란은 2017년에 터졌고, “당사자에게 유선상으로 사과했다”는 해명도 거짓이었다. 정 후보에게는 당규상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라는 가정폭력 전력도 있었다. 이 외에도 부적절한 언행이 여럿 있었지만 정 후보에게는 사전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면 차점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일 것이다. 서울 양천갑에선 2인 경선 도중 상대 후보가 불법 홍보물 문제로 낙마해 황희 의원이 단수 공천됐고, 서울 서대문갑에서도 3인 후보 경선을 치르던 중 한 후보가 중도 탈락해 4위였던 김동아 후보가 경선에 올라 결국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김 후보는 ‘대장동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민주당은 4년 전에도 개인 신상 문제가 불거진 후보를 차점자로 교체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천 취소 결정을 하자마자 “해석의 여지 없이 전략공천으로 간다”며 제3의 인물을 찾았다. 비명계인 박 의원은 무조건 배제하겠다는 태도였다.
민주당이 부랴부랴 정 후보 공천을 취소한 것은 총선 전체 판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엇나간 공천에 대한 책임이나 반성도 없이 어떨 때는 차점자를 올리고, 어떨 때는 “경선은 끝났다”며 전략공천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결국 ‘부실검증→공천→취소→재공천’으로 이어진 이번 소동은 민주당이 줄곧 강조해온 ‘시스템 공천’은 겉포장일뿐 실제로는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사심 공천’이 본질이라는 의심만 키우는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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