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투병 중에도 30년간 의료봉사에 헌신해 ‘필리핀의 한국인 슈바이처’라고 불린 고(故) 박병출 필리핀 누가병원장(사진)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고 박 원장을 포함한 총 34명의 제13기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를 15일 발표했다.
박 원장은 1989년 우연히 참여한 오지 의료봉사를 계기로 30년 동안 취약계층을 무료로 진료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필리핀 마닐라 외곽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의료 사각지대를 찾아다닌 그는 50여 개 오지마을에서 ‘한국인 슈바이처’로 불렸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외과의사의 삶 대신 의료봉사를 택한 박 원장은 대형버스를 이동병원으로 개조까지 해가며 동남아시아의 오지만 찾아다녔다. 박 원장이 의술을 펼쳤던 필리핀 바기오 북부 산악지대 등은 비포장도로가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었지만, 그는 되레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서 오지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 8월 세상을 떠나기 전 박 원장은 췌장암, 간 경화, 위암 말기 등으로 투병하면서도 필리핀 피나투보 등 산골 무의촌을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펼쳤다. 장티푸스와 콜레라, 뎅기열도 그를 막을 순 없었다. 당시 박 원장은 “봉사를 해야 살아 있는 것 같고 마음이 기쁘다”며 “오지 생활을 하는 현지인의 경우 약에 대한 내성이 없어 악효가 좋기 때문에 의료봉사에 보람을 더욱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 곽성현 전 한국링컨협회 이사장과 프랑스 국적의 허보록 신부에게는 국민훈장 석류장이 수여됐다. 곽 이사장은 국내 과학 발전을 위해 KAIST에 100억 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했으며, 서울대에 2억 원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무의탁 아동청소년의 대부’로 불리는 허보록 신부는 약 28년간 아동 보호시설을 운영하며 오갈 데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보살펴 왔다.
평생 모은 11억 원 상당의 재산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경북 성주군에 기부한 87세 기부천사 박자연 할머니를 비롯한 6명은 국민포장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국민이 심사에 참여해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매우 특별한 상”이라며 “정부도 더 많은 나눔이 실천될 수 있도록 고쳐야 할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추천포상은 2011년 시작해 올해로 13기를 맞이했다. 올해 수상자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국민이 추천한 912건을 대상으로 서류 및 현지 조사와 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지난해 10월에는 1520명이 참여한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국민 의견을 결과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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