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교수 인터뷰
AI, 과도한 공포는 위험
카리스마형 리더 견제하고
‘헛소리’ 해줄 ‘바보’도 필요
“인공지능(AI)에 집착하지 말아라.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리더십 분야의 최고 구루이자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로 꼽히는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AI 시대의 리더십’이 무엇이고, 특별한 점은 무엇인지 캐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그는 “사람들은 늘 요즘 시대에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새로운 세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묻는다”면서 “2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50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내 대답은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직원들의 협업을 이끄는 법, AI 시대의 인재를 관리하는 법, AI로 인한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법 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시대를 불문하고 리더의 핵심 자질인 ‘자기 성찰’과 ‘공감’을 내재화하고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시아드의 글로벌리더십센터 창립자이자 국제 공인 정신분석 전문의로서 최고경영자(CEO)들의 심리와 정신건강을 분석해 온 그가 말하는 ‘시대를 관통하는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3월 1호(388호)에 실린 인터뷰 일부를 요약해 소개한다.
―AI로 인한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리더들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리더들은 AI가 있든 없든 원래 항상 불안에 떨었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는 걸까” “지금 이걸 하고 있는 게 맞냐”고 질문했다. 외부 환경은 늘 불확실하다. 나는 실제 AI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AI로 인해 일어날 일들에 대해 떠드느라 일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일부 교수, 컨설턴트, 코치들이 경영진의 불안을 조장하는 이유는 그래야 자신들이 고용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AI는 비서의 역할을 대신하고 인건비도 절감해 주는 좋은 도구다. 삶을 단순화해 줄 것이다. 단지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서, 혹은 내가 구식이 될지도 모른다고 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조직들이 AI에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뜻인가.
“과도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조직에 두려움이 팽배하면 소수의 신권위주의적(Neo-Authoritarian) 리더들이 득세해 팀플레이가 저해될 수 있다. 이런 리더들은 카리스마 이면에 자기애와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숨겨져 있고, 공감 능력과 도덕성이 결여돼 직원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가할 위험이 있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원시적이다. 리더들은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를 선호하는 확증편향에 취약하고 자기 능력을 과신하며, 나머지 다수는 ‘양처럼 행동하는 사람들(Sheeple·쉽게 설득당하고 온순하며 무리를 좇아가는 사람)’이다. 인간에게는 이끌리고 싶어 하는 욕구도 있기에 선동가형 리더에게 반감을 품으면서도 주도당하고 통제받고자 한다. 카리스마형 리더들은 이렇게 집단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악용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조직에 가장 필요한 건 언제나 다양성이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 소수의 혁신가가 다수의 공감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까?
“그럼에도 다양성은 중요하고 속도가 느리더라도 팀과 함께 가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소수 혁신가가 모든 AI 윤리의 문제를 결정하도록, 소셜미디어를 통제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들은 편집광(paranoid)이다. 원래 편집증은 ‘왕의 병’이다. 경영자 지위에 오르는 순간 약간의 편집증이 생긴다. 이 편집증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이를 견제할 독립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나는 대중들이 CEO가 누구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기업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개인이 없어도 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성찰적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어떻게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나?
“스스로와 대화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회사 안팎에 좀 더 솔직해질 필요는 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 비밀, 실수, 부끄러운 자기 신념을 공유하는 것도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의 성찰을 촉진할 수 있다. 개인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면 사람들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 좋은 리더는 스토리텔러다. CEO가 외부에 회사를 소개할 때 데이터가 가득 담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현명한 리더는 스토리가 데이터보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무기라는 걸 안다. 일화를 활용하면 사람들을 무관심에서 공감으로 이끌 수 있다. 데이터는 다 잊어도 매혹적인 스토리는 기억에 남는다.”
―주변에 아첨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어떻게 리더가 비판적 사고를 견지할 수 있나?
“주변에 리더에게 건강한 불경심(不敬心)을 품는 ‘바보’를 둬야 한다. 모두가 맞는 말을 할 때 바보 같은 말을 하고 유머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집단사고를 막을 수 있다. AI는 유머 감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역할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익살과 유머는 통찰을 키워주고 강력한 변화의 도구가 된다. 따라서 리더 본인이 생각하기에 헛소리 같은 말을 하는 바보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리더를 존경하고 따르도록 진화적으로 훈련이 돼 있고, 리더 본인도 자존심이 강하고 나르시시즘이 있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사고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리더의 자아도취를 뚫고 들어갈 바보 같은 사람이 필요하며, 조직에 그들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반드시 자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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