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정부가 공급하는 서민 정책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일제히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햇살론’을 이용한 고객이 원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은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21.3%로 1년 전(15.5%)보다 5.8%포인트 급등했다.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20%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금원 등 정책 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 밖에도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 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11.7%)과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을 위한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14.5%)도 지난해 말 기준 10%를 웃돌았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한 달에 몇천 원 수준인 소액대출의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국내 보험사에서 돈을 빌린 3명 중 1명이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차주 수 기준 보험사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32.1%다. 다중채무자는 고금리에 부실 가능성이 큰 취약 대출자로 분류된다. 특히 보험사 다중채무 차주의 경우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약 4300만 원으로 제2금융업권 중 상호금융(7500만 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햇살론이나 보험사 대출의 경우 취약 대출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체율 등이 높아져 대출 경로가 막히면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은 대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함께 정책 금융 수혜의 폭을 넓히는 등 서민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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