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비수기 맞아 실황영화 늘어
에픽하이-이승윤 등 잇달아 개봉
공연장 못지않은 대형화면 압도
일부극장엔 콘서트 전용관도 열어
올봄 극장가는 영화 사운드 대신 노랫소리로 수놓아질 것 같다. 대작들이 개봉하지 않는 봄 비수기를 노리고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자, 수익을 다변화하려는 극장가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콘서트 실황 등 공연 장르 영화 매출액은 173억 원으로 2019년 장르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였다. 올해 들어선 4월까지 공연 영화 개봉작이 4편으로 하반기 개봉 예정작을 포함하면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먼저 개봉하는 공연 실황 영화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에픽하이 20 더 무비’다. 지난해 12월 데뷔 20주년을 맞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던 콘서트 실황을 담아 20일 개봉한다. 22일에는 가수 이승윤의 첫 공연 현장을 영상화한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 오프’가, 다음 달 10일에는 방탄소년단 슈가의 월드투어 과정을 담은 ‘슈가∼어거스트 디 투어’가 개봉한다. 앞서 지난해 방탄소년단, 아이유, god, 임영웅 등 대형 콘서트를 연 가수들의 공연 실황이 극장에서 개봉되는 등 콘서트 후 실황 영화 발표가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공연 실황 영화 제작에 뛰어든 영화계는 올 들어 더 많은 실황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계기는 팬데믹이다. 이 기간 영화 제작이 멈춰 개봉 영화 수 자체가 줄었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면서 줄어든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상영관을 정상 운영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영화 이외의 수익 창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때 공연시장이 돌파구가 됐다. 영화계와 달리 지난해 공연시장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2019년)보다 14% 늘었다.
공연 실황 영화가 주목받는 건 ‘피케팅’(피가 튈 만큼 치열한 티케팅)으로 콘서트 예매를 하지 못한 팬들이 큰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다. 특히 IMAX, 스크린X 등 특별관에서는 큰 화면을 통해 무대를 가까이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돌비나 사운드X 등 음향에 최적화한 상영관에서는 콘서트 현장보다 섬세하게 가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CGV는 반돔형 스크린에 좌석마다 생생한 음향을 제공하는 스피어X라는 특별관을 만들어 공연 실황 영화 상영에 활용하고 있다. 또 응원봉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정해 놓은 특별 상영관에선 옆 좌석 관객들과 ‘떼창’을 하며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 15만 원 선인 콘서트 티켓 가격과 비교하면 영화 티켓값은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멀티플렉스사는 공연 실황 영화를 통해 팬덤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현장감 있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관람하는 ‘N차’ 관객도 많다. CGV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관객 25만 명이 봤는데 N차 관람객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티켓값도 일반 영화보다 2000∼3000원가량 비싸 그만큼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멀티플렉스사들은 공연 실황뿐 아니라 팬미팅 실황 등도 상영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앞으로도 가수와 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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