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3일 0시 45분경 경남 산청군 금서면의 한 단독주택. 지적 장애가 있는 60대 어머니와 40대 딸은 이날 주방 전구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켜놓았다. 그러나 깜빡 잠이 든 사이 촛대가 쓰러지며 불이 쓰레기에 옮겨 붙었고, 어머니가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40대 딸은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 안에 쌓아둔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시작돼 번지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돼 있던 모녀는 동네를 돌면서 폐지 등을 모아 집에 쌓아두는 저장 강박증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저장 강박증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병리적 현상을 말한다.
경남도가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저소득 중증장애인 집 정리 시범사업’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저장 강박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저소득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집 정리와 상담을 병행해 치명적인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다.
경남도와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18일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내달까지 30가구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기준 중위소득 70% 이하인 등록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5월부터 방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선정된 가구에는 5회에 걸쳐 △집 정리 및 수납, 폐기물 처리 △방역 △상담 및 사례 관리 △사후 관리 서비스가 지속 제공된다. 경남도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 중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집 정리 사업에 나선 건 경남이 처음”이라며 “자원봉사자 및 유관 단체, 협력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