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액 투자자들이 찾는 투자 상품이 있다. 저금리 시기 발행된 일명 ‘저쿠폰 채권’이다. 세금 부담이 큰 채권 이자로 거둘 수 있는 수익 비중이 작고, 매매 차익 등 비과세 부문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가 매월 3조∼4조 원으로 커졌다. 2022년 이전에는 개인들의 채권투자 잔액이 10조 원 이하에 불과했지만, 2022년 4월 10조 원을 넘어선 이후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채권투자 잔액이 50조 원을 넘어섰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잔액이 5배로 증가한 것이다.
채권 투자의 매력은 높은 안정성이다. 이런 점에서 채권 투자는 은행 예금 이자와도 비교되는데 똑같은 금액이더라도 채권 투자가 은행 예금보다 수익이 크다. 세금 때문이다. 특히 고액 투자자일수록 채권과 예금의 수익 차이가 더 벌어진다.
국내에선 1년간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2000만 원 이하면 14% 세율(지방세 포함 15.4%)이 적용되고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6∼45%의 세율(지방세 포함 시 6.6∼49.5%)이 적용된다. 최고 세율 구간의 투자자는 이자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고 세율 구간의 투자자가 연 3% 금리 예금에 돈을 맡길 경우 1억 원당 수익은 151만 원이다. 이에 비해 시장금리 3%인 국채에 투자할 경우엔 세금을 내고도 연간 대략 234만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예금과 채권 투자의 수익 차이가 50%나 발생한다.
이 같은 차이는 채권의 수익 구성 때문이다. 채권 수익은 분기 혹은 반기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자와 채권 가격이 만기까지 액면가로 회귀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의 합으로 구성된다. 국내 소득세법상 이자는 과세 대상이지만, 매매 차익 등 액면으로 회귀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은 비과세다. 이 때문에 채권에 대한 시장 수익률이 같더라도 전체 수익 중 이자 수익 비중이 작을수록 세후 수익률은 높아진다. 같은 채권이더라도 세율 구간이 높은 고액 자산가가 절세 효과로 인해 수익률이 더 높다.
저쿠폰 채권 투자는 금리 인하 시기에 인기를 얻는다. 채권의 유통 가격은 금리 인상 시기엔 떨어지고, 금리 인하 시기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현재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저쿠폰 채권은 국고채 20년물인 ‘19-6’이 대표적이다. 19는 발행연도, 6은 발행 회차를 뜻한다. 19-6의 경우 2019년 6번째 발행된 국고채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국고채 30년물 ‘20-2’, 국고채 5년물 ‘20-6’, 국고채 10년물 ‘20-4’ 등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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