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종섭 즉각귀국-황상무 사퇴’ 한동훈 요청 거부
韓 “입장 그대로다” 맞서 … 친윤핵심들, 비례공천 결과 비판
4·10총선을 23일 앞둔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귀국,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발언 논란 해법을 두고 충돌했다. 총선 국면 초입이던 1월 ‘김건희 여사 디올백 리스크’ 문제로 충돌했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이번엔 ‘여당 수도권 위기론’의 발단이 된 두 사안에 대한 인식 차로 파열음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권과 연결된 이 대사 조기 귀국에 동의할 생각이 없고,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을 일으킨 황 수석 자진 사퇴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대통령실이 공식 부인했다. 이날 공개된 여당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 핵심들이 “한 위원장 마음대로 한 사천”이라고 반발하면서 윤 대통령·친윤 핵심과 한 위원장 간 갈등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18일 이 대사의 즉각 귀국을 요구한 한 위원장과 여당을 향해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이어 이날 경기 하남갑 후보인 친윤 이용 의원이 ‘이 대사 즉각 귀국, 황 수석 사퇴’ 의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또 황 수석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고 반박했다. 황 수석 자진 사퇴 검토 보도에는 별도 입장문을 통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일부 참모가 황 수석 사퇴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의중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만 얻은 참패 결과를 언급하며 “(그동안) 절박하게 뛰어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이 대사 즉각 소환과 즉각 귀국 입장은 그대로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가 먼저 귀국해야 여론 악재를 차단하고 공수처의 부실 수사 문제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게 한 위원장의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의원을 필두로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잇따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한 위원장 체제)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되고,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됐다”며 “후보 등록일(21일)까지 바로잡으라”라고 요구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비례대표를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그동안 공천에 대해 불만이 제기돼 온 만큼 ‘윤-한 갈등’ 전선이 비례 공천 결과를 고리로 확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여권에서 나온다.
與후보들 “용산이 ‘이종섭-황상무’ 사고 쳐” 반발… 친윤도 동조
[尹-韓 2차 충돌] 친윤 “대통령실이 黨요구 이해해야” 수도권 후보들 “빨리 바로잡아야” 당내 “조기 수습 못하면 선거 필패”… 일부 TK후보 “대통령 버리나” 반박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밝힌 입장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8일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끝난 뒤 “한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에서 전날 요구를 재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여당 수도권 위기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응책으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사퇴를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이 그동안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에 ‘이종섭 논란’의 해결 필요성을 전달했다. 조기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안 받아들여지니 한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모래주머니를 하나씩 해결하고 나가야 한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선거냐”고 말했다.
당 공천이 확정된 상황에서 총선 판세가 불리해지자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 등 수도권 지역에 출마하는 친윤(친윤석열) 의원들도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며 한 위원장에게 동조하고 나섰다. 수도권 후보들은 이날 대통령실이 이 대사 즉시 귀국과 황 수석 사퇴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대통령실에서 크게 사고 쳤다”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 ‘尹 호위무사’ 이용도 한동훈에 동조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의원은 “(한 위원장의 이 대사 즉각 귀국 요구는) 그만큼 총선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은 조금만 잘못하면 지지율 변화가 바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기 하남갑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결한다. 한 친윤 후보는 “용산도 당을 이해해야 한다”며 “선거가 코앞인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친윤 의원도 “국민 감정 측면에서 판단하면 이 대사가 귀국하는 게 제일 빠른 문제 해결이라는 주민들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공동선대위원장들과 서울 ‘한강벨트’ 후보들도 대통령실에 조치를 촉구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서울 동작을 후보)은 “국민께서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끼니 이 대사가 들어와 조사받는 자세를 갖는 게 맞다”고 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함운경 후보는 “(용산이) 정무적으로 판단해 당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 후보)은 “빨리 바로잡고 국민이 원하는 선거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 서울 지역 후보는 “유권자들은 ‘선거 기간 중에도 국민을 깔보는데, 평시에는 얼마나 깔보겠느냐’는 반응”이라고 했다. 격전지에 출마하는 지방 후보도 “당이 싸워서 관철시켜야 한다. 최소한 정부가 잘못했지, 당이 잘못한 것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황 수석 자진 사퇴에 대한 압박도 이어졌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회칼 테러’ 언급은 기함할 수준”이라며 “본인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 “韓, 대통령 버리고 가나” 비판도
당내에선 “대통령실발 악재를 해결하지 못하면 필패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3월 2주 여론조사(3월 12∼14일)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은 30%로 전주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6개월간 한국갤럽의 주간 조사에서 서울 지역에서 한 주 만에 15%포인트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 지역 지지율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여파가 작용한 지난해 10월 3주(10월 17∼19일) 2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모두 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대구·경북(TK) 지역에선 한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북 지역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한 위원장이 말하고 있다. 말 잘하는 게 똑똑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레임덕이 왔을 때, 당 대표가 총선을 이기기 위해 대통령을 버리고 갈 때나 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대구 지역 한 의원도 “당에서 외교 문제가 걸린 이 대사를 처리하라 마라 하는 것은 관례가 아니다”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직무유기부터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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