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PF 부실-공사비 급등 겹쳐
올 913곳 폐업신고, 10년만에 최대
금감원장 “금융-건설사 손실 분담을”
전남 나주시에 본사를 둔 도급 순위 105위의 중견 건설사 새천년종합건설은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자재 수급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인건비와 자재비마저 급등하며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더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도급 순위 122위의 선원건설 역시 같은 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두 건설사를 포함해 지난달에만 송학건설과 세움건설 등 지방 중견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근 도급 순위 100위권의 중견 건설사들이 연이어 흔들리며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4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총선 직후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연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1일까지 건설사 폐업 신고는 총 913건(종합건설사 114건, 전문건설사 799건)으로 집계됐다. 동기 기준 2014년(1104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런 흐름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미분양 증가, PF 사업장 부실 가속화, 공사비 급등 등 각종 악재가 겹친 탓이다. 한동안 이런 악재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탓에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전문건설공제조합도 4월 위기설에 대응하기 위한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다.
A시행사 대표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본격화할 경우 많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4월 위기설을 일축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PF 대출 만기가 고르게 분산돼 있어 급격한 충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의 경·공매를 통한 정리 및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한편 부실 사업장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개편도 추진한다. 또 PF 금리와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부과되는지를 점검해 건설업계의 금융 부담 완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권 및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PF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성공적인 재구조화를 위해서는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손실 분담을 통해 한 발짝씩 양보하며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