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함께 사과 등 과일 가격이 껑충 뛰었다. 생육기 냉해나 우박 등 이상 기상 현상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나 지금이나 날씨는 작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생산량 감소, 저품질, 병해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기후 특성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전 지구적인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 10년 뒤 식량 물가 상승률 年 최대 3.2%포인트
막시밀리안 코츠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식량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1∼2020년 121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와 날씨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에 2030∼2060년 날씨로 인한 인플레이션 변화를 추정하기 위해 물리적 기후 모델의 예측 결과를 결합해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10년 뒤인 2035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최대 3.2%포인트 상승하고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최대 1.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고소득, 저소득 국가 모두 기후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저위도 지역은 1 년 내내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고 고위도 지역은 여름에 집중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추정 결과를 제시했다.
● 품종 개량 등 대응책 마련 필요
이미 기후변화는 식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여름 극단적인 날씨는 유럽 식량 물가 상승률이 0.67%포인트 증가하는 요인이 됐다. 최근 영국에서는 기상이변인 해상 폭풍의 영향으로 바나나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영국은 수입한 바나나를 숙성시키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서 숙성 속도를 가속 또는 감속시킬 수 있다. 공급망 변동 시 대처 가능하다는 의미지만 이는 단기적인 기상 현상에만 대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장기화되면 ‘푸사리움 월트 TR4’라는 곰팡이가 바나나 나무에 퍼지면서 나무들이 죽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곰팡이의 포자는 홍수나 강한 바람에 의해 퍼질 수 있으며 확산되면 개선하기 어렵다.
전 세계 사람들의 기호식품인 커피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호주 국립과학·산업연구기관 해양대기부 연구팀이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기후’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커피 재배가 위협받고 있다.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앞으로 커피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품종 개발에 나서는 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탈리아 우디네대 연구팀은 커피 재배가 어려운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원두종을 발굴하기 위한 원두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연구 결과를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유전자 개량을 통해 극한의 기후에도 견딜 수 있는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품종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식량 안보 및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농작물이 가혹한 환경에 처하지 않도록 재배 환경 자체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탄소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저감 기술, 에너지 효율화 및 재생 기술 등을 농업에 적용해 환경 친화적인 농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츠 박사후연구원은 “세계 경제는 기후변화 및 극한의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녹색기술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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