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국 혐오의 시작은 골드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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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문제/메이 나이 지음·안효상 옮김/672쪽·4만3000원·책과함께

19세기 중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멜버른, 남아공 트란스발에서는 골드러시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금광 개발의 이면에는 앵글로색슨 백인들의 중국인 노동자 착취가 있었다. 중화를 자처한 청나라가 갑자기 반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서구 열강이 주도하는 세계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 중국인들이 급속도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인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저자는 신간에서 19세기 골드러시에 동원된 중국인 이주자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당시 앵글로색슨 백인들은 중국인 이주자들을 ‘쿨리’라고 부르며 낮은 임금으로 혹독하게 부렸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가 이른바 ‘중국인 보호지’를 지정한 것처럼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분리주의 정책을 폈다. 문화적으로 열등한 유색인종을 분리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초대 주지사를 지낸 존 비글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인들이 백인 광부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선동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같은 시노포비아(sinophobia·중국 혐오)가 최근 미중 갈등과 맞물려 새로운 형태로 부활했다고 말한다. 단, 19세기 중국이 반식민지 상태였다면 21세기 중국은 주요 2개국(G2)로 부상하며 서구의 우려를 자아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서구와 다른 문명의 부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에는 19세기 ‘중국인 문제’를 다룬 서구인들의 차별적 인식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혐오#중국인 문제#시노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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