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총선을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인 어제 서울 강북을에 한민수 당 대변인을 공천했다. 성범죄자를 다수 변론하면서 성범죄 감형 요령 홍보까지 한 것이 드러난 조수진 후보가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역에선 열흘 남짓 동안 정봉주 조수진에 이어 한민수까지 3번째 공천자가 나왔다. 강북을 현역 재선 의원으로 3선에 도전하는 박용진 의원에겐 절대 공천을 줄 수 없다는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강북을 공천 소동은 70년 전통의 민주당이 얼마나 민주 원칙과 상식에서 멀어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의 민주당은 옳고 그름보다 당내 1인자가 마음먹은 일이라면 해내고 만다는 걸 보여준다. 박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이 대표를 몰아붙였던 것에 대한 앙갚음이고, 미래의 경쟁자 제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2년 전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걷어찼다.
강북을 공천은 예외와 꼼수의 연속이었다. 박용진의 1차 경선 상대였던 친명 후보는 탈당 경력 25% 감점을 면제받았다. 최종 승자였던 정봉주 후보가 막말과 거짓 사과로 사퇴한 뒤 2차 경선 때는 규칙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모든 경선에 적용된 그 지역 권리당원 50%-일반인 50% 여론조사가 팽개쳐졌고, ‘강북 권리당원 30%-전국 권리당원 70%’가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가 하루아침에 등장했다. 친명이 미는 조수진 후보의 해당 지역 ‘연고 없음’의 약점을 덮어주려는 특혜요 꼼수였다. 그 바람에 박 후보는 권리당원이 많은 전주, 광주를 찾아가 호소하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이젠 이 대표가 “경선할 시간이 없다”며 자신의 입인 대변인을 투입했다. 벼락공천을 받은 한 후보 역시 강북을에 아무런 연고도, 심지어 자신을 찍을 투표권도 없다.
친명 패권이 강북을 공천을 뒤흔드는 동안 민주당에선 반대가 사라졌다. 2주 전만 해도 ‘이건 아니다’며 성명을 냈던 원로들은 물론이고 비명횡사 공천의 피해자였던 친문 인사들도 입을 다물었다. 강압적 분위기 속에 총선 승리에 걸림돌이 되는 일은 무조건 삼가겠다는 집단의식이 작용하는 건가. 민주적 절차를 유독 강조하고, 이를 상대방 비판의 수단으로 삼아온 민주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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