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 주연 에마 스톤
몸은 성인-지능은 갓난아기 연기
두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영예
‘라라랜드’ 이어 또다시 전성기 맞아
예쁘거나, 섹시하거나, 부모가 엔터테인먼트 업계 유명인이거나. 할리우드에서 여자 배우로 성공하려면 셋 중 하나는 갖춰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성공 함수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배우가 요즘 할리우드를 뒤흔들고 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여운 것들’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들어 올린 배우 에마 스톤(36)이다. 놀라울 만큼 큰 눈과 입은 전형적인 미인이라기보다 매력적인 마스크에 가깝고, 가녀리게 마른 몸을 가졌다. 아버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와는 거리가 먼 건설업계 종사자다. 그런 그녀에게 외신은 ‘할리우드 스위트 하트’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주목하고 있다. 6일 개봉한 ‘가여운 것들’은 에마 스톤 연기력의 절정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기발함을 넘어 기이한 영화다. 천재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럼 더포)는 어느 날 강가로 떠밀려온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뇌는 멈췄지만 몸에 약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고, 배 속에는 아기가 있다. 갓윈은 아기를 꺼낸 뒤 아기의 뇌를 엄마에게 이식한다. 그 뒤 엄마의 몸에 고압 전류를 흘려 살려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명체 ‘벨라’(에마 스톤). 몸은 성인 여성이지만 지능은 갓난아기다. 갓윈은 아이를 키우듯 벨라에게 대근육 사용법과 식탁 매너, 언어를 가르친다. 진화하는 벨라는 점점 바깥세상이 궁금해지고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펄로)의 손에 이끌려 여행을 하며 세상을 온몸으로 경험한다. ‘더 랍스터’(2015년) ‘킬링 디어’(2018년) 등을 만든 그리스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미장센을 인정받았다.
란티모스 감독이 만든 이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숨을 불어넣은 건 단연 에마 스톤의 연기다. 성인의 몸에 깃든 어린아이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자신의 욕구와 요구를 시리도록 투명하게 드러내는 벨라의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준다. 벨라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스스로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성장담을 보는 듯하다. 미국 매체 콜라이더는 “에마 스톤 필모그래피상 가장 대담하고 야심이 넘치는 연기”라고 평가했다.
에마 스톤이 처음 주연 배우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0년 영화 ‘이지A’를 통해서다. 소설 ‘주홍글씨’를 하이틴물로 각색한 이 영화에서 에마 스톤이 맡은 여고생 올리브 역은 주체적이고 대담한 여성이라는 그의 필모그래피의 서막이 됐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거침없이 대응하는 올리브의 모습은 그의 시원시원한 마스크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에마 스톤을 단숨에 매력적인 배우로 발돋움하게 했다.
에마 스톤을 연기파 배우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단연 영화 ‘라라랜드’(2016년)다. 그는 배우를 꿈꾸며 커피숍에서 일하다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미아 역을 맡았다. 꿈과 사랑에 들뜬 모습에서부터 떠나 보내야 하는 인연을 향해 미소 짓는 모습까지 달콤 쌉싸름한 인생을 알맞은 온도로 연기했다. 에마 스톤은 이 영화로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선택한 영화가 ‘가여운 것들’이라는 점은 그의 연기 욕심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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