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기업의 실질 사주인 A 씨는 회사 주가가 계속 하락하며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대주주 지분이 반대매매에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반대매매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이를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자 A 씨는 사채업자 B 씨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해 회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회사는 전환사채(CB) 등을 발행해 73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지만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결국 상장 폐지됐다.
25일 금융감독원은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기업들을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을 유린하는 ‘좀비기업’을 적시에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유관 부서 합동대응 체계를 구축해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 폐지된 44개 기업 중 37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15개 기업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통보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15개 기업이 챙겨간 부당이득 규모는 1694억 원으로 조사됐다. 혐의별로는 부정거래 7건, 시세조종 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이 7건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가 발생한 나머지 22개 기업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불법행위는 좀비기업의 퇴출을 지연해 주식시장 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선순환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주식시장의 신뢰와 가치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랫동안 성장하지 못하거나 재무 지표가 나쁜 경우 인수합병(M&A) 등이 10년 이상 중단되는데 그런 기업을 시장에 두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좀비기업 퇴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도 좀비기업을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시키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한 단계를 생략해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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