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상생 달빛동맹] 대구서 광주까지 1시간대 주파
영호남 광역경제권 활성화 기대
인공지능-디지털 혁신지구 등 남부 거대경제권 시너지 효과
“수도권 버금가는 산업벨트 조성”
17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지리산함양시장. 새싹이 피어오는 봄날인 데다 장날을 맞아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함양군은 전체 면적 725.5㎢ 가운데 76%가 산이다. 주민 3만2726명이 사는 함양은 열차가 통과한 적이 없는 동네다.
사람과 사람 잇는 철도
시장에 식사하러 온 택시 기사 오모 씨(60)는 “함양은 열차가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가 건설되면 지역발전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함양에 철도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좌절됐다. 철도가 통과하면 지역발전 100년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식당 주인 오모 씨(63·여)는 “달빛철도가 건설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늘어나면 장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환영했다. 수산물을 파는 상인 김모 씨(78)는 “50년 동안 전국을 돌며 보따리 장사를 해 물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호남의 풍부한 농산물이 영남으로 많이 공급되고, 영남의 사람들은 호남으로 더 자주 찾아 영호남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시장은 장날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장수군도 전체 면적 533.2㎢ 가운데 75%가 산이다. 주민 2만880명이 사는 장수군은 열차가 운행된 적이 없는 동네다.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상인 이모 씨(74)는 “장수는 시골 동네여서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인구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달빛철도가 생기면 동네에 활력이 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상인 박모 씨(67)는 “장수도 열차가 들어온 적이 없다. 달빛철도가 쌩쌩 달려 지역발전을 이끌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수 읍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김모 양(18)은 “장수에 열차가 통과할 것이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장수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함양은 영남 끝자락, 장수는 호남 끝자락으로 서로 붙어 있는 산골 이웃 동네다. 두 지역 모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길인 달빛철도 건설은 봄날 단비 같은 희소식이었다.
달빛철도 건설 준비 본격화
동서 화합의 상징인 달빛철도는 광주-대구를 1시간대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어 인적·물적 교류를 촉진하고 상생발전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달빛철도는 광주송정역에서 서대구역까지 198.8㎞ 철도 구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4조5158억 원으로 추산된다.
달빛철도가 통과하는 곳은 광주시, 전남 담양군, 전북 순창군·남원시·장수군, 경남 함양·거창·합천군, 경북 고령군, 대구시 등 10개 시·군이다. 이들 10개 시·군에 사는 주민 수는 412만1951명에 달한다.
광주시와 대구시, 남원시를 제외하고 7개 군은 열차가 통과한 적이 없다. 다만 합천군은 2027년까지 남부내륙철도가 통과할 예정이어서 역사가 설계 중이다. 달빛철도는 광주시, 전남·북, 경남·북, 대구시 등 6개 광역자치단체를 통과해 연관된 영호남 주민만 1800만 명에 달한다.
달빛철도는 시속 200∼250㎞로 달려 1시간대에 광주와 대구를 연결하게 된다. 달빛철도는 지역 균형 발전, 지역 간 연결성 강화, 광역경제권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달빛철도 건설은 생산 유발 7조3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2조3000억 원, 고용 유발 3만8000여 명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달빛철도 조기 완공과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힘을 쏟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8월 시행되는 달빛철도특별법에 맞춰 달빛철도 사업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법이 시행되면 기획재정부와 관련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나 되는 남부 거대경제권
전문가들은 달빛철도가 옛날 강처럼 사람들을 잇고 문화를 창출하는 대동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광석 한국교통대 철도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달빛철도는 경제성을 떠나 국가 발전을 이끄는 수요 리드형 대동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교수는 “한반도는 남북 철도망은 잘 구축돼 있지만 동서 철도망은 빈약하다”며 “달빛철도가 완공되면 사람들이 교류하며 다양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하늘길인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철길인 달빛철도에 이어 산업동맹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두 도시는 지난달 28일 대구시청사에서 달빛동맹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기 달빛동맹발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2기 달빛동맹발전위원회는 공동위원장인 대구·광주 시장을 비롯해 당연직 위원 6명, 철도·도로·공항 등 사회기반시설(SOC)·문화체육·경영인(CEO)·청년·여성·의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위원 22명 등 총 28명 규모로 구성됐다.
달빛동맹발전위원회는 현재 달빛고속화철도 건설, 문화예술 교류 등 총 5개 분야 35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고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을 위한 달빛산업동맹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달빛철도 조기 건설, 신산업벨트 조성, 인재 육성, ‘2038 하계아시안게임’ 유치에 힘을 쏟기로 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또 2월 체결한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 협약을 구체화하기 위해 양 도시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달빛산업동맹 특별팀을 구성해 달빛철도 경유지의 지자체와도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광주시는 인공지능 실증단지와 대구 디지털혁신지구 상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바라고 있다. 광주 인공지능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은 인공지능으로 지역 주력 산업,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실증 등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구 디지털혁신지구는 디지털 연구개발로 특화돼 있어 광주 인공지능 사업과 연계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갑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달빛동맹을 통한 남부권에 새로운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전국이 권역별로 기존 행정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달빛첨단산업단지 조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장수군과 함양군 주민들은 “낙후된 두 지역에 달빛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남부 거대경제권 구축 핵심 사업은 달빛첨단산업단지, 국가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지구 구축 등 신산업벨트 조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부 거대경제권은 대한민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남북으로만 유통이 강화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동서로도 사람과 물류가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앞으로 대구시와 광주시가 미래 모빌리티 사업, 디지털 혁신지구 조성 등에서도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달빛철도와 달빛산업동맹, 대구경북(TK) 신공항의 변화 물결이 어우러지면 수도권에 버금가는 거대 남부 경제권이 형성되고 반드시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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