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국회를 완전히 세종으로 이전하고 국회의사당을 포함한 여의도 지역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의도 개발과 한 묶음으로 국회 이전 공약을 내걸어 마포 등 해당 지역 인근과 세종 등 충청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국회 세종 이전은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총선에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위헌 시비가 있어 백지화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위헌 소지 때문에 단계적 추진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이다. 그때는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변명 한마디 없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수도 이전에 대한 결정문에서 대통령 국회 대법원 국무총리 행정각부 등 헌법상의 주요 기관들을 열거하면서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두 기관으로 대통령과 국회를 들었다. 수도라고 하려면 최소한 대통령과 국회가 있어야 하며 그중 하나의 본거지를 옮기는 것은 관습헌법 사항의 명시적 개정, 즉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2004년 헌재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추진한 수도 이전에 제동을 건 신중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결정이 국토균형 개발 등 미래지향적 의제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후 민주당 쪽에서 국무총리실과 정부부처 일부를 세종으로 옮기는 행정도시 건설법을 새로 발의했고, 당시 박근혜 대표가 이끌던 보수 정당은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동의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 때는 국회 분원을 세종에 두는 국회 규칙안이 마련돼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이 추진되고 있고,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에 두는 데 긍정적이다.
그러나 주요 국가 기관을 서울과 세종에 나눠 배치하는 데 대해서는 국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국민의힘이 차기 국회에서 정식으로 국회 완전 이전을 제안한다면 그 실행은 이미 같은 공약을 낸 적이 있는 민주당까지 합세해 개헌을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그럴 경우 수도 이전의 문제가 되고 대통령실 완전 이전에 대해서도 합의를 봐야 한다. 표가 급하다고 총선 전에 정략적으로 던질 의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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