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앞으로 귀화시험에 제2차 세계대전 나치의 홀로코스트 등 과거사에 대한 책임 등을 다룬 질문들을 추가하기로 했다. 일본 등과 달리 유대인에 대한 사죄를 지속해 온 독일 정부가 “과거사 책임은 독일 정체성의 일부이며, 이런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 독일 시민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26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독일 내무부는 성명에서 “귀화시험에 출제될 예상 문제 300여 개로 구성된 목록이 곧 수정될 예정으로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 예상 문제에 들어갈 질문은 ‘유대인 예배당의 명칭은 무엇인가’ ‘이스라엘 건국 시기는 언제인가’ ‘독일이 이스라엘에 특수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유는 뭔가’ 등이다.
추가 질문들에는 유대인과 관련된 단순 지식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독일의 과거사 책임과 처벌 방식을 묻는 질문들을 상세하게 포함했다. 독일 귀화시험은 독일 시민권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다. 33개 질문으로 구성되며, 응시자는 1시간 내에 객관식 문제를 최소 17개를 맞혀야 통과한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슈피겔에 “과거 독일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를 배반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 결과 우리에게는 유대인과 이스라엘 보호라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수정 취지를 설명했다. 나치는 홀로코스트 때 유대인 약 600만 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정부의 이번 결정은 동부 작센안할트주(州)가 지난해 12월 주에서 귀화 요건으로 ‘이스라엘이 국가로 존재해야 할 권리’를 서면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뒤 몇 달 만에 나온 것이다.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건 불법 행위로,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반(反)유대주의는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지만, 범죄의 동기로 판명되면 가중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독일에서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뒤로 반유대주의 관련 사건이 2000건 넘게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전쟁이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자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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