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12일 앞두고 여야의 선심성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공약이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채워졌지만, 법 제도가 미비해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을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철도 지하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등 각각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공약들을 공통으로 내놨다. 민주당은 8개 정책에 최소 52조 원이 든다면서도 개별 정책 비용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10대 정책 추진비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빠져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의 재원 계획도 불확실하다.
여야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예산 증가분, 지출 구조조정으로 예산을 확보해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수십조 원씩 덜 걷히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에 따라 저절로 늘어나는 세수를 써서 공약을 달성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체 예산 중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다른 예산을 줄여 수십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렇게 공수표에 가까운 공약이 남발되는 건 법의 허점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 홍보물에 공약 이행의 절차와 기한, 재원 조달 방안을 담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재원 조달 방안 등을 홍보물, 공약집에 담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20대 국회 때 총선공약 비용추계 기구 신설, 정당의 주요 공약 발표 후 30일 내 비용추계 의무 발표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선관위가 제안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폐기됐다.
이미 여야 총선 공약의 비용은 추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불어났다.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24차례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의 비용도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총선 때만 되면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한철 장사’ 공약을 근절하기 위해 그 비용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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