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요업㈜은 1980년 설립 이래 45년 동안 건축의 기본 자재인 점토 벽돌을 생산해왔다.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민광수 회장은 세라믹 분야에 평생을 헌신해온 경영인이다. 타일, 도자기, 기와 등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다졌다. 2016년엔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그동안의 헌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민 회장이 회사를 열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민 회장은 1960년대 국비 연수로 일본을 방문해 당시 일본의 선진 산업화 현장을 목격하고 한국도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국가 산업, 특히 세라믹 분야에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창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청화요업은 건설 분야에서 디자인 다각화와 건축 양식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화요업은 수많은 현장 건축사와 주요 디자이너 등과 협업하면서 그동안 시장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 개발에 투자해왔다. 다양한 컬러의 제품과 기존에 없던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다각화된 건축양식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종교시설, 학교 등 대형 건축물 외에 건축주와 건축사의 의도에 적합한 비스포크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 회장은 “전통적인 점토 벽돌의 장점인 불연성과 내구성에만 안주하지 않고 현대 건축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사이즈와 색상의 제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제품 개발을 위해 다수의 건축사, 디자이너들과 협력했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볼 수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밝혔다.
선진화된 산업화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창업 철학과 디자인 확대라는 경영 시각이 맞물려 새로운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 2013년 청화요업은 제조사와 브랜드를 분리해 ‘브릭코’라는 새로운 브랜드명을 출범했다. 이 이름은 ‘brick’과 ‘Korea’의 합성어로 한국을 대표하는 벽돌 브랜드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부터 민 회장의 장남인 민대홍 대표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장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2세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셈이다.
브릭코가 선보이는 ‘브릭코 슬림’은 국내 제조사 최초로 선보인 얇은 벽돌 제품이다. 외형은 기존 벽돌과 동일하나 두께가 대폭 줄어든 점토 벽돌 타일 형태로 건물 리모델링 및 실내외 장식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약 2년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됐다. 두께가 기존 벽돌의 9㎝에서 1.2∼1.5㎝로 줄어든 제품으로 벽에 쉽게 부착할 수 있으며 뒷면에 홈이 있어 접착력 또한 향상시켰다.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유사한 제품들이 있으나 대부분 중국 제품이다. 일부 제품은 중국 내 건축 폐기물 벽돌을 커팅해 고벽돌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건축 폐기물의 경우 발암물질인 석면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민 대표는 “국내의 공인기관에서 환경 및 유해성 평가를 해 국내 건축물 내외장재에 중국산 폐기물 사용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및 건축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청화요업은 브릭코 슬림 등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브릭코 슬림은 지난 2월 코리아빌드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이며 참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최근 개발 제품들은 공간 활용도를 높이며 건축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화재 안전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청화요업은 해외시장 진출도 활발히 모색 중이다. 이미 여러 국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 교류를 진행해왔으며 최근에는 해외 전시회 참가 및 바이어 미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민 대표는 “브릭코 슬림은 내장재로 사용 시 실내 온습도 유지에 효과적이며 가장 큰 장점은 불연성이다. 화재를 막는 데 점토벽돌을 능가하는 제품은 찾기 쉽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제품은 내장 및 외장에 모두 사용 가능하며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시공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회사는 직원 복지로 코로나19 이전에 시행하던 직원 가족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재개할 방침이다. 민 대표는 “가족 단위 해외여행은 최소 수백만 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학원비 등 지출이 많아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행했는데 가족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이제 코로나도 끝났기에 하반기부터 대상 직원을 선정해 다시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도전 의식 R&D로 이어져”
민대홍 청화요업㈜ 대표 인터뷰
창업주 민광수 회장에 이어 2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장남 민대홍 대표는 브릭코 브랜드 론칭을 주도하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고령의 부친이 3년간 계속 경영 참여를 요청해 2011년 청화요업에 입사했다.
민 대표는 현대그룹 등 대기업에서 13년간 근무한 후 40대 초에 입사했다. 이후 브릭코, 브릭코 슬림 등 브랜드 론칭과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며 앞서가는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점토 벽돌 시장마저 중국 업체에 빼앗긴다면 대한민국은 건축에 있어 시멘트 말고는 전부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 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 만족 제품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외 선진 업체와의 교류에 힘쓰는 한편 앞서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로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40년 동안 사랑받아온 회사의 경쟁력은 유지하면서도 혁신을 가속화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받아 들고 있다. 그는 도전적인 자세를 강조하며 “현대사회의 건축 시장 변화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임직원과 새로운 직원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민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거시경제 환경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파도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건축 시장과 유사한 유럽 및 미국, 일본의 선진 시장에 대해 분석하며 건축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선진 기술을 앞지르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점토 벽돌, 점토 타일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공이 빠르고 편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며 2025년 그 결과물을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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