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가보니
일렬로 늘어선 3MW 발전기 10대… 제주도민 8.5%가 1년 쓸 전기 생산
어획량 영향-소음피해 거의 없어… 주민 참여형 9대 추가 설치하기로
지난달 28일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여를 달려 제주시 한경면 바닷가에 도착하자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 30층 높이의 풍력발전기 10대가 눈에 들어왔다. 초속 10m가 넘는 바람이 지름 90m인 바람개비 형태의 날개들을 쉼없이 돌리고 있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였다. 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설계, 제작, 설치까지 100%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고 했다.
● “발전기 기둥에 해초 자라 낚시 잘돼”
2017년 9월 첫 운전을 시작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3MW(메가와트)짜리 발전기 10대가 축구장 11개 면적(8만1062㎡)의 바다에 일렬로 위치해 전기를 생산한다. 2017년 9월 첫 운전을 시작한 이후 매년 8만500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가구의 약 8.5%인 2만4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평균 가동률은 98.1%로 전체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인 이용률도 지난해까지 평균 29.0%로 목표 이용률인 28.9%를 넘겼다.
발전단지는 2006년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실제 착공까진 9년이나 걸렸다. 선례가 없었던 ‘바다 위 발전소’였기 때문에 주민들은 인근 해역 어족 자원 감소, 발전 시 발생하는 소음 등을 우려하며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데다 바람과 파도 소리에 가려 발전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경면 금등리 이장 고춘희 씨(70)는 “발전기 기둥에 각종 해초가 자라 어초(魚礁·어류가 모이는 장소) 역할을 해 자리돔, 벵에돔 낚시가 잘된다”며 “발전소가 들어선 이후로 날개가 돌아가는 소음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발전기로부터 500m가량 떨어진 방파제에 서 보니 바람개비들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바람과 파도 소리에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발전단지 설립 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자리돔 등의 어획량도 늘었다. 환경단체는 발전기의 저주파 소음이 제주 바다에서 서식하는 남방 돌고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도 남방 돌고래 무리는 주변 바다에서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 “확장 공사, 지역 주민이 먼저 제안”
남동발전에 따르면 최근 결정된 발전단지 확장 사업도 주민들 제안으로 시작됐다. 남동발전은 현재 30MW 용량인 발전단지를 2027년까지 총 102MW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설치된 발전기 용량(3MW)보다 2배 이상 큰 8MW 발전기 9대가 추가로 설치된다. 이번 확장 사업은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해 주민들이 공사 금액을 투자하면 발전 수익 일부를 공유할 계획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상풍력의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해상풍력은 소음 문제가 심한 육상풍력에 비해 주민 수용성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현재 상업운전되고 있는 해상풍력은 탐라단지 외에 전남영광(34.5MW), 서남해(60MW) 등으로 약 124.5MW에 그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14.3GW(기가와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선 민간을 중심으로 최대 약 100조 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해상풍력단지는 인근 주민 수용성 확보가 관건인데 지역 주민이 먼저 제안해 확장 공사가 이뤄지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좋은 선례가 됐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