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런던을 포함해 영국 중남부를 가로지르는 ‘잉글랜드의 젖줄’ 템스강이 배설물로 뒤덮여 망신을 사고 있다. 195년 전통을 자랑하는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 조정 경기 참가자들에게 “튀는 물도 조심하라”며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정도다.
환경단체 리버 액션은 지난달 29일 “대회 구간에서 시료를 채취해 수질을 검사했더니 대장균 검출량이 평균 2863CFU(세균수 단위), 최고 9801CFU에 이르러 허용치의 최고 10배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템스강은 배설물 등으로 냄새도 참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열린 조정 경기에서 진 옥스퍼드대의 레너드 젱킨스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 미리 구토를 하고 왔다”며 “강물에 ‘똥’만 좀 적었어도 나았을 것 같다”고 불평했다. 원래 옥스브리지는 우승팀이 강물에 뛰어들며 자축하는 게 전통이지만, 올해는 입수를 금지시켰다. 경기 중 노를 젓다가 튀는 물에 닿지 않게 주의하라는 경계령도 내려졌다.
템스강 똥물 사태는 수도 회사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하수를 장기간 대량으로 내보내며 벌어졌다. 영국 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미처리 하수가 370만 시간 동안 방출됐는데 이는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175만 시간)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다.
영국은 빗물과 하수가 같은 관으로 흐르기 때문에 홍수 땐 역류를 막기 위해 하수를 일부 유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환경단체는 “하수 유출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에만 허용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내보낸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수도 회사들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9년 민영화된 뒤 설비투자나 서비스 개선보다 주주 배당을 위한 수익 증대에만 골몰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1위 업체인 ‘템스워터’도 사모펀드와 해외연금기관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템스워터는 최근 자구책으로 수도 요금 최대 40% 인상안 등을 내놓아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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