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경기 만에… ‘바람의 손자’ ML 담장 넘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일 03시 00분


이정후, 샌디에이고전 2타점 펄펄
첫 홈런후 관중석 아버지 가리켜
동료들 경기후 맥주 퍼부으며 축하
감독 “지금까지 인상적인 활약”

김하성 팬이 홈런공 잡아 이정후에 선물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 8회초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진 자신의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이정후의 MLB 데뷔 첫 홈런 타구였다. 아래 사진은 이정후(오른쪽)가 자신의 홈런 공을 
돌려준 관중에게 사인 공을 선물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 X(옛 트위터)
김하성 팬이 홈런공 잡아 이정후에 선물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 8회초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진 자신의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이정후의 MLB 데뷔 첫 홈런 타구였다. 아래 사진은 이정후(오른쪽)가 자신의 홈런 공을 돌려준 관중에게 사인 공을 선물한 뒤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 사진 출처 샌프란시스코 X(옛 트위터)
데뷔전 안타, 두 번째 경기에선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연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후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정후의 안타는 MLB 데뷔 후 첫 홈런이었다.

이정후는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왼손 불펜 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깊숙이 들어온 3구째 스위퍼(시속 125km)에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은 시속 168km로 날아가 우중간 외야석에 꽂혔다. 비거리는 124m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돈 이정후는 홈을 밟은 직후 관중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정후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와 가족들이 있었다. 이 전 코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폭스TV 중계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스타였던 ‘바람의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람의 손자’가 홈런을 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장면을 전했다. 이정후의 홈런으로 MLB에서 홈런을 날린 한국 선수는 15명으로 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8회 계속된 공격에서 마이클 콘포토가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이날 9-6으로 승리했다. 이정후는 5회 희생플라이 타점을 포함해 타점 2개를 올리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까지 이정후는 3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봅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처음 보면 콘택트 능력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빠른 타구를 종종 만들었다”며 “오늘도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첫 홈런을 쳤다. 지금까지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홈런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정후는 동료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동료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이정후를 샤워실로 데려가 맥주와 면도 크림을 퍼부으며 다시 한번 축하했다. 이정후는 MLB 데뷔 홈런 공도 되찾았다. 안방 팀 샌디에이고를 응원하는 한 가족이 홈런 공을 잡았는데 경기 후 이정후에게 돌려줬다. 이정후는 사인볼 3개와 샌프란시스코 모자 3개를 답례로 선물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경기 후 이정후와 이 가족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샌디에이고의 김하성(29)이었다. 이를 전해 들은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김)하성이 형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꼭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와 김하성은 절친한 사이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김하성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지만 타격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바람의 손자#ml#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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