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관련 업종들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까지 사상 최고 수준의 순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적정 주가에 대한 합리성이 사라질 수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는 것에 대비할 시점이다. 기술주 일변도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2, 3회가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확인해줬다. 이 같은 연준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신호)적인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호재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충분치 않은 긴축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식시장만 떼어 놓고 보면 연내에 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 이번 증시 상승 국면에서 기업들의 이익은 경제 상황보다 AI로 대변되는 신기술의 도움이 컸다. 기업들은 부채가 아닌 자사 현금을 통해 AI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런 점에서 기업 이익에는 금리가 높은지, 낮은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자산 가격은 오르게 되고, 기업들의 주가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고용시장도 주식시장 관점에서는 좋은 편이다. S&P500지수의 순이익률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들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는 다른 기업들의 순이익률도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의 1인당 매출과 순이익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들의 고용 관련 실적 지표를 살펴보면 연준이 걱정하는 고용시장 후퇴는 상상하기 어렵다.
다음은 물가다. 작년 내내 시장에서 소외됐던 인플레이션 민감주인 에너지, 소재, 금융, 운송 등의 주가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월과 2월 물가 지표의 강세가 일시적인지 의문이 든다. 해당 업종들은 원유와 구리, 해상 운임 등의 공급 측 이슈와 결부돼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상향하면서도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2021년 하반기(7∼12월) 물가 상승을 과소평가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 없이도 우상향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과거 1987년과 1995년, 1998년, 2019년에도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되는 국면에서 금리가 인하되자 주가가 급등했다. 금리를 낮출 경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나쁠 것은 전혀 없지만, 시차를 두고 주가와 이익이 과열로 가면서 합리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6월 FOMC까지는 시장의 인하 기대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다. 해당 시점까지는 실적과 할인율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할인율에 기대서 기술주 일변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한다. 혹여나 있을 과소 긴축에 대한 위험에 대응하려면 인플레이션 민감 업종을 편입하는 것을 고려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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