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꿈의 에너지원 ‘골드수소’… 지구 곳곳에 매장돼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일 23시 39분


땅에서 뽑아 쓸 수 있는 천연수소… 암석-물 반응하면서 자연 생성
5조 t가량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 시추 과정서 환경영향 예상되지만
온실가스 없는 청정에너지로 각광

알바니아의 크롬광산에서 골드수소가 발견된 지점. 물웅덩이에 기포가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고 골드수소의 방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랑 트루셰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교수 제공
알바니아의 크롬광산에서 골드수소가 발견된 지점. 물웅덩이에 기포가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고 골드수소의 방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랑 트루셰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교수 제공
올 2월 17일 세계 에너지시장을 들썩이게 할 소식이 전해졌어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내용 때문이었어요. USGS는 골드수소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추후 공개할 거라고 밝혔어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새 시대의 보물지도’가 탄생할 거라며 기대에 찬 반응을 보였답니다.

●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찾아서


수소는 지구의 모든 물질 중 가장 가볍고 제일 양이 많아요. 또 조금만 써도 에너지를 많이 내서 연료로 쓰기 좋지요. 수소는 태워도 물 밖에 나오지 않아서 깨끗한 에너지원이기도 해요. 여러 나라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수소를 얻는 방법이 무척 복잡하고 비싸다는 점이에요. 물을 전기로 쪼개거나 메테인을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반응시키면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비용에 생산되는 양이 적고,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에 있는 수소를 바로 쓸 수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골드수소지요.

그동안 골드수소의 존재는 ‘유니콘’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졌어요. 기체 상태의 수소는 너무 작고 가벼워 땅속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거든요. 지구 깊숙한 곳에서 수소가 생겨나도 금방 흙을 뚫고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거지요. 있다고 해도 아주 소량일 거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2월 17일 USGS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곳곳에 묻혀 있는 골드수소가 무려 5조 t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요. 5조 t은 전체의 2∼3%만 개발해도 수백 년 동안 전 세계 수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에요. 미국 콜로라도광산대 중력, 전기 및 자기 연구센터의 멩글리 장 교수는 “골드수소의 골드러시가 오고 있다”고 말했어요.

● 에너지 불균형을 해결할 열쇠


2월 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알바니아 광산 지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천연수소 샘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실렸어요. 이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크롬광산 중 하나로 ‘오피올라이트’라는 특별한 암석지대에 있어요. 오피올라이트는 바닷속에 있던 바위가 해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만들어지는데 물과 만나면 수소를 생성해요.

연구를 이끈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지구화학과 로랑 트루셰 교수는 알바니아 크롬광산에서 나오는 골드수소가 연간 200 t에 이를 거라고 추정했어요. 지표로 새어 나오는 양이 연간 200t이라는 것이지 실제로 알바니아 크롬광산 아래에 얼마나 많은 골드수소가 묻혀 있을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해요. 이번 발견으로 얻은 중요한 정보는 오피올라이트가 골드수소를 찾기에 좋은 단서라는 점이에요. 오피올라이트는 전 세계에 무수히 많은 암석이므로 어쩌면 그동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 골드수소가 묻혀 있을 수도 있거든요.

● 골드수소는 정말 100% 완벽한 연료일까?

골드수소만 찾으면 정말 모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무한히 샘솟는 청정에너지’라는 명성을 지키려면 몇 가지 과제가 있어요. 먼저 골드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새 시추시설, 처리시설 등이 필요한데 이런 기반시설을 만들 때 막대한 자원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파괴도 일어날 수 있어요. 또 골드수소를 연료로 쓰기 좋게 처리하는 과정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직 정확히 모르죠. 예를 들어 지열 발전도 지하에서 뜨거운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뜨거운 물이 터빈을 돌리는 과정에서는 어떤 온실가스도 나오지 않지만 쓰고 난 뜨거운 물을 버릴 때는 주변 하천의 생태계가 파괴되거든요.

강원대 지질학과 이진용 교수는 “모든 에너지 자원은 정도의 문제지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다만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골드수소는 가히 꿈의 연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예상되는 일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드수소는 그 이름처럼 빛나는 차기 에너지원인 셈이에요. 앞으로 계속 연구하고 더 나은 사용 방법을 찾아낸다면, 골드수소는 정말로 꿈의 연료가 될지도 몰라요.

골드수소
지구 안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천연수소를 부르는 특별한 명칭. 수소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레이수소, 그린수소 등 색깔 별명이 붙는데 그중 골드수소는 암석과 물이 반응하면서 저절로 생기는 천연수소. 복잡하게 분리할 필요 없이 직접 땅에서 뽑아내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물과 암석이 있는 한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꿈의 에너지원이라고 불린다.
#골드수소#꿈의 에너지원#천연수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