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억 인구 ‘아시아 뉴7’에서 한국 수출 새 동력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일 00시 00분


미중 갈등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수출 한국의 대안시장으로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다. 자원(Natural resources) 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수출 전진기지(Export hub)인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성장하는 세계 시장(World market)인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뉴(NEW) 7개국’이 대표적이다. 안정적 생산기지인 동시에 거대한 소비시장인 아시아 뉴7 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뉴7의 잠재력은 공급과 수요 측면 모두 탄탄하다. 20억5000만 명에 달하는 인구, 6조8857억 달러(약 9300조 원)의 경제 규모에 니켈과 코발트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고루 갖추고 있다. 젊은 인구의 역동성과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세계 평균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저가 생산기지가 아닌 기회의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인도에 팔린 스마트폰은 1억4810만 대로, 미국보다 많은 세계 2위 시장이다. 그런데도 인도 인구의 40%는 여전히 피처폰을 쓰고 있어 시장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한국은 30여 년 만에 수출 구조의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1992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180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숨통을 틔워 준 게 뉴7이었다. 한국이 지난해 뉴7에 수출한 금액은 1256억4000만 달러로,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단순히 수출 다변화를 위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할 핵심시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뉴7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점유율 18.0%로 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자동차 6만7450대를 팔아 도요타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10대 그룹의 생산기지도 대거 진출해 있다. 기업들은 현지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해 현지 시장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렇다고 뉴7이 마음만 먹으면 공략할 수 있는 만만한 시장은 아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오래전부터 시장을 다진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과거 중국에 진출할 때처럼 ‘한 사람에게 한 개씩만 팔아도 10억 개’ 식으로 안이하게 접근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국가별 맞춤 진출 전략을 꼼꼼하게 수립하고, 정부도 전방위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공략해야 뉴7이 기회와 가능성의 땅에서 한국 경제를 위한 약속의 땅으로 바뀔 수 있다.
#20억 인구#아시아 뉴7#한국 수출#새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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