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의 ‘한여름밤의 꿈’
11~14일 예술의전당서 국내 초연
김동완, 대사만 있는 ‘퍽’으로 출연
국립오페라단이 영국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을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한 음악으로는 ‘축혼행진곡’이 나오는 멘델스존의 극음악이 유명하지만 브리튼의 오페라는 이보다 118년 뒤인 1960년에 나왔다.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 마음에 없는 결혼을 피하려는 젊은 연인들, 사랑에 눈뜨게 하는 꽃이 잘못 전달돼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룹 신화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이 노래 없이 대사만 있는 ‘퍽(Puck)’으로 출연한다.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꽃을 실수로 잘못된 사람에게 배달해 소동의 근원을 만드는 배역이다. 지난달 11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작품 프로덕션 미팅에서 김동완은 “연습에 참여해 보니 변칙적이랄까, 지루할 틈이 없는 음악이었다. 대사를 가지고 음악 속에서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브리튼은 이 오페라에서 눈에 띄는 불협화음이나 조성이 없는 무조(無調)기법을 피하고 미묘한 분위기의 화음과 음색을 엮었다. 소박한 주인공은 민속음악 같은 소박한 음악, 연인들은 한층 낭만적인 음악, 요정은 환상적인 음악으로 표현된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지휘자 펠릭스 크리거는 “현대음악적인 소재뿐 아니라 옛 오페라의 소재도 함께 들어 있다”며 “브리튼은 셰익스피어의 원문 대사를 매우 소중히 여겨 음악이 대사에 하나하나 병행되도록 섬세하게 작곡했다. 멜로디 중심인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영어 대사에 신경을 쓰며 들으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은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지만 원작 시작 부분의 법정 장면을 빼고 숲속 요정들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신적인 존재보다는 서로 싸우기도 하는 현실적 부부로 그렸다. 연출을 맡은 볼프강 네겔레는 “오랜 결혼 생활을 하면 벌어지는, 부엌이나 침대에서 일어나는 작은 다툼들과 사랑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남자 주인공인 오베론 역에 테너나 바리톤, 베이스가 아닌 남자로서 여성의 음역을 노래하는 카운터테너를 썼다는 점도 이 오페라의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오베론 역을 카운터 테너 제임스 랭과 장정권이 맡는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해 온 랭은 오베론 역으로 영국 언론에서 ‘가슴이 멎을 듯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장정권은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 활발히 서 왔다. 오베론의 아내 티타니아 역에는 소프라노 이혜정, 이혜지가 출연한다.
공연은 11∼12일 오후 7시 반, 13∼1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13일 오후 3시에는 국립오페라단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로 공연을 중계한다. 현장 공연 2만∼15만 원, 스트리밍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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