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
대통령실, 黨과 사전 논의 없이
대국민담화 결정뒤 한동훈에 공지… 與후보들 “尹 증원 방침 고수로 비쳐”
“정치서 손 떼시라” 탈당 요구도… 한동훈 “국민 눈높이 맞게 풀겠다”
“오늘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하려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길 요청한다.”(국민의힘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
4·10총선 사전투표를 4일 앞둔 1일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2000명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시라”며 탈당 요구도 처음 나왔다. 의료 공백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 여론이 커지고 보수층 지지 기반이었던 의료계 표심도 악화한 상황에서 이날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담화로는 민심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2000명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여론의 향방을 주시했다. 대국민 담화 직후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숫자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에 “정부도 2000명이란 숫자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저희는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게 차근차근 풀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 중 의대 정원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을 강조하자 태도가 변한 것. 여당은 이날 담화문 관련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 “尹, 쇠귀에 경 읽기” 주장도
여당의 수도권 후보들은 “윤 대통령이 일방통행식으로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윤 대통령이 말로만 ‘국민은 매번 옳다’고 하면서 문제 해결을 원하는 민심의 방향과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서명옥 서울 강남갑 후보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라며 “숫자 등 전제 조건을 달면 의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과의 박빙 싸움으로 평가받는 경기 지역구의 한 후보는 “그간의 혼란에 대해 사과해서 국민들의 성난 감정을 좀 다독여줬어야 한다”며 “똑같은 내용이라도 ‘제가 미안하다. 하지만 의료 파업은 아니지 않냐’고 할 수 있지 않냐”고 했다.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의료 대란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증원 규모를 못 박지 말고 필요한 규모가 얼마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서 의료 대란을 막아야 한다”며 “이 사태를 초래한 정부 책임자들의 경질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담화에 앞서 열린 당 선대위회의에선 “정권 심판론의 쓰나미 앞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위기”라며 “의료 파국이 임박할수록, 의료 파탄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커갈수록 국민들께서는 결국 정부·여당을 원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강벨트 지역 후보는 “한 위원장이 더 세게 목소리를 내면서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된 마지막 조정 과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맞서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 반면 한 영남 지역 친윤(친윤석열)계 후보는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옳은 일은 힘차게 밀고 나가야 한다. 내부 분열로 동력을 분산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
● 지도부 “정부, 2000명 숫자 고수 안 해”
당 지도부는 수도권 총선 후보들의 들끓는 분위기와 달리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이 숫자 고수가 아닐 것이다. 정부도 증원 문제를 열어놓고 대화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당과 대통령이 정도와 속도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방향은 같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대국민 담화에는 의료 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 방안 등 진일보한 내용이 들어 있다”며 “협의체가 구성되면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여당 선대위는 대통령실이 대국민 담화를 하는 데 대해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결정 뒤 공지한 것에 대해서도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여부에 대해 전날 소수의 대통령실 참모들과 논의했고 저녁이 돼서야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후 한 위원장 등에게 이를 공지했다고 한다. 여당 지도부는 내용 조율 관련 의견을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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