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원 들여 지은 콜로세움, 현 자산가치는 110조[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일 23시 27분


전시경제의 산물, 로마 콜로세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서기 72∼80년 사이에 지어졌다. 동아일보DB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서기 72∼80년 사이에 지어졌다. 동아일보DB
《고대 로마를 이야기할 때 콜로세움을 빼놓을 수 없다. 고층 빌딩에 익숙한 현대인이라도 거대한 석조 건축인 콜로세움 앞에 한 번 서면 로마 문명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높이는 48m, 대략 15층 건물의 높이에 불과하지만 육중한 돌로 지어져서인지 뿜어 나오는 기세가 대단하다. 여기에 높이 7m가 넘는 아치가 톱니바퀴처럼 질서정연하게 건물 외벽을 감싸서 장엄함을 더한다.》






금융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콜로세움의 자산 가치는 770억 유로, 대략 11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수치는 경제적 기여도와 간접사용가치,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가치 기준을 정량화해 분석한 결과다. 2019년 기준 콜로세움은 관광객 700만 명이 방문하여 연간 14억 유로(약 2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110조 원이라는 총 자산 가치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여기서 과연 2000년 전 고대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을 세울 때 어느 정도의 돈을 썼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고대사학자이자 건축 유튜버 개릿 라이언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20억 달러, 대략 2조700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단순 계산이 아닌 당시 노동자 임금과 재료비를 기준으로 기초 공사와 내부 인테리어까지 세목을 나눠 계산한 것으로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는 오늘날 콜로세움을 똑같이 건립한다면 이보다 절반 정도, 10억 달러면 가능할 것으로 계산한다. 현대의 건설 장비를 쓰되 동일한 재료로 콜로세움을 미국 땅에 건설하는 조건으로 건설업 관계자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본 결과다.

추정 건축비가 얼마이든 거의 2000년 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콜로세움을 지은 것은 사실이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110조 원 이상의 자산 가치를 가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역사적으로 로마제국 당시 콜로세움에 들어간 건축비에 대한 기록은 전해 오지 않지만 다행히 콜로세움에 투여된 건축비의 조달 방식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건립한 것이라는 비문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네로가 자살한 후 혼란기를 수습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베스파시아누스는 콜로세움을 건설하기 직전인 서기 70년 두 아들 티투스와 도미티아누스와 함께 유대인의 반란을 진압한다. 이때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노예로 쓰일 전쟁포로만 10만 명 정도를 유대에서 로마로 데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예 한 명의 거래가를 1억 원으로 잡으면 1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익을 황제에게 가져다줬다고 볼 수 있다.

로마제국 11대 황제 티투스의 전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티투스 개선문 부조 일부. 예루살렘을 정복한 로마 군사들이 그곳에서 약탈한 전리품을 나르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로마제국 11대 황제 티투스의 전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티투스 개선문 부조 일부. 예루살렘을 정복한 로마 군사들이 그곳에서 약탈한 전리품을 나르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한편 예루살렘 성전에서 상당한 양의 금은보화도 약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콜로세움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티투스 황제의 개선문에는 유대의 땅을 정복한 후 전리품을 들고 개선하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여기엔 예루살렘 성전에서 약탈한 메노라라 부르는 7줄기의 등잔대, 은나팔, 테이블 등이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다.

로마는 전리품과 노예들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사회가 작동하는 경제구조였다. 결국 정복 전쟁을 계속 벌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결국 한계점에 다다른다. 정복지가 넓어지는 만큼 지켜야 할 국경선이 넓어지면서 제국을 유지하는 비용이 전쟁을 통해 얻는 수익보다 더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로마제국은 콜로세움이 세워진 후 거의 400년 가까이 더 유지된다. 이 때문에 콜로세움을 보면서 로마제국의 몰락보다는 당시 경제체제가 전쟁과 노예제를 기반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는지 상상하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콜로세움의 건설비가 어떻게 조달되었는지 살펴보니 콜로세움을 향한 시선이 점점 불편해진다. 그 거대함 속에 자리한 참혹한 정복 전쟁과 약탈의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 섬뜩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비판적으로 보진 말자. 왜냐하면 역사적 유산 중에서 이 같은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로운 예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인류의 문화유산은 각기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경영하여 이뤄낸 최대치로 봐야 한다.

여기서 현대의 건축물 중 2000년 후에도 콜로세움만큼 건재하게 살아남아 감동을 줄 건축물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한 번 던져 보고 싶다. 아쉽게도 현대 건축물 중 이 정도의 시간을 이겨낼 만한 예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콜로세움은 지난 2000년간 버텨 온 것처럼, 앞으로의 2000년도 잘 버틸 것 같다.

끝으로 중세 영국의 수도사가 쓴 시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콜로세움이 서 있는 한, 로마도 서 있을 것이다. 콜로세움이 무너질 때 로마도 무너질 것이다. 로마가 무너질 때 세계도 무너진다.’ 시인의 예견과 달리 로마제국이 무너진 후에도 콜로세움은 건재했고, 이 때문인지 세계가 무너져도 콜로세움은 계속 서 있을 것 같다. 총성만 없을 뿐이지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본주의 경제체계는 앞으로 어떤 문화유산을 남길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콜로세움을 다시 바라본다.

#전시경제의 산물#로마#콜로세움#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양정무의 미술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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