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속세 불복 분쟁 35% 급증… 24년째 그대로인 과표 손질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일 23시 54분


한미약품 사옥 전경
한미약품 사옥 전경
지난해 과세당국이 부과한 상속세에 불복해 납세자들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307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이자 1년 전보다 35% 증가한 규모다. 상속액의 최대 절반 이상을 국가가 떼어가는 현행 상속세 체계에 불만을 가진 납세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뜻이다.

상속세 분쟁이 급증하는 것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상속세제를 전혀 손보지 않은 탓이 크다. 24년 전이나 지금이나 과세표준이 5억 원 이하면 20%, 10억 원 이하면 30%, 30억 원 초과면 50%의 세율로 상속세를 물린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유층뿐만 아니라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도 상속세를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상속세 과세 방식도 74년간 바뀌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 주주 할증까지 더하면 60%로 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이른다. 징벌적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고 경영권을 해외 사모펀드 등에 넘기는 알짜 기업들이 속출하는 이유다. 최근 우량 제약기업인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도 오너 일가에게 부과된 5400억 원의 상속세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외 주요국들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OECD 회원국 중 14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고 영국도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소득세를 낸 재산에 매기는 이중과세라는 점과 기업의 투자·고용 증가에 걸림돌이 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 대신 상속인이 상속 재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세금을 물리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도 더 이상 ‘부자·대기업 감세’라는 낡은 프레임에 발목 잡혀 있을 여유가 없다. 24년째 그대로인 과표 구간과 세율을 조정하고 과세 방식을 손질하는 등 상속세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상속세#불복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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