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7]
폐지 법안 발의에도 정치권 손놔
英-日-스웨덴 등 금지기간 없어
재외국민 투표율 62.8% 역대최고
4·10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6일간의 ‘깜깜이 기간’이 시작된다. 선거 직전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이유지만 정치권에선 “유권자의 판단 근거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국회에 공표 금지 기간 폐지 의견을 내고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전문가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이 선거일 막판에 추격하는 후발 주자의 부각을 막기 위해 금지 기간 폐지 논의에 소극적이다”라고 지적했다.
2일 선관위에 따르면 4일부터 본투표일인 10일 투표 종료 시각까지 일명 ‘블랙아웃’으로 불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돌입한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정당 지지율이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없다. 다만 이 기간에도 3일 밤 12시까지 조사된 결과는 공표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공표 금지 기간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월 선관위는 국회에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공표·보도 금지 기간을 규정하기보다 이를 폐지해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을 돕는 참고 자료로서 유용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라며 폐지 의견을 냈지만 이후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공표 금지 기간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박 의원은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금지 기간 동안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해 개정 논의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선거 흐름이 초반에 현역 의원이 앞서고 막판에 신인이 치고 올라오기도 하는데, 깜깜이 기간이 길면 유권자가 그런 상황을 알 방법이 없다”며 “정치 신인에게 투표하려 했던 사람이 참여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공표 금지 기간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짧다. 선관위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 스웨덴 등은 공표 금지 기간이 없다. 프랑스는 선거일 포함 2일을 금지 기간으로 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여론조사 공표를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도 이례적”이라며 “끝까지 표심을 못 정했거나 여론 흐름에 민감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 재외국민선거 투표율은 역대 총선 기준 최다인 62.8%를 기록했다. 재외선거인단 투표에 유권자 14만7989명이 등록하고 9만2923명이 투표했다. 재외선거는 2012년에 도입됐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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