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매혹적인 끌림, 에르메스 스카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3일 03시 00분


에르메스 스카프는 각 색상별로 하나하나 프린트한다. 한 스카프에 표현하는 색은 최대 48개로 제한하고 있다. 약 7만5000가지 색을 낼 수 있게 색상 차트를 이용한다. 에르메스 제공
꽃향기가 짙어지는 요즘, 패션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스카프는 자연스럽게 두르기만 해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격식 있는 스타일부터 과감하고 세련된 스타일까지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스카프의 매력이다.

에르메스 스카프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산뜻하면서도 강렬한 색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각 색상별로 하나하나 프린트해 정교하게 만들어, 마치 예술 작품 같다. 에르메스는 일년에 두 차례, 즉 6개월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카프를 20개 가량 각각 선보이고 있다. 올해 봄여름 제품에는 아이스크림, 워터파크, 말, 코뿔소 등을 흥미롭게 활용한 디자인들이 눈길을 끈다.

경쾌하게, 우아하게

스플래쉬 파크 더블 페이스
스플래쉬 파크 더블 페이스 스카프(90㎝)는 영국 디자이너 재클린 콜리가 어린 시절 워터파크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을 담았다. 실크 트윌 소재로 워터 롤러코스터, 물미끄럼 등 각종 놀이 기구와 문어, 해마 등이 발랄하게 어우러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주황색, 보라색, 에메랄드색을 활용해 짜릿한 기쁨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퍼니 아이스크림. 에르메스 제공
아이스크림도 스카프를 수놓는다. 빈티지 실크 트윌로 만든 퍼니 아이스크림 스카프(70㎝)는 그리스 아티스트 엘리아스 카푸로스가 어릴 적 바닷가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스크림 메뉴판을 표현했다. 아이스크림은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발굽 편자, 말머리 등 기발한 형태로 디자인했다.

에르메스 로코모션 숄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비앙브뉘가 미래 세계를 표현한 스카프도 있다. 캐시미어와 실크로 만든 에르메스 로코모션 숄(140㎝)이다. 미래의 에르메스 매장에서 투명한 에스컬레이터 버블을 타고 이동해 매달려 있는 매직 쇼윈도를 보고 옥상 정원에 갈 수 있다. 쨍한 빨강색, 살구색, 초록색이 어우러져 에너지를 한껏 뿜어낸다.

미스테르 오 24
실크 트윌의 미스테르 오 24 스카프(90㎝)는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조나단 버튼이 디자인했다. ‘24번가의 미스터리’라는 이름처럼 어지럽혀진 사무실을 코뿔소, 표범 등이 어슬렁거린다. 창 밖에선 기병이 말을 타고 달리고 있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브리드 드 갈라 아 푸아 플라운스 반다나
에르메스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디자인인 브리드 드 갈라를 활용한 실크 트윌 소재의 브리드 드 갈라 포에버 스카프(90㎝)는 검정색에 황금색, 베이지색을 사용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브리드 드 갈라는 에르메스의 정체성인 마구들을 결합해 가상의 말굴레를 디자인한 것으로, 1957년 체코 출신의 독일 아티스트 위고 그릭카가 탄생시켰다. 마구용품과 의례 장식의 아름다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이 디자인은 큰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재해석돼 지금도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에르메스 플래그십
아니모 반다나 반다나
실크 트윌로 만든 보떼 콩포제 스카프(90㎝)는 미국 아티스트 닉 도일이 립스틱, 파우더 브러쉬, 매니큐어 등 메이크업 관련 제품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하늘색과 남색을 주로 사용하고 연노랑색을 가미해 청량한 느낌을 준다. 같은 소재로 만든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카프(90㎝)는 해군 기함이 돛을 펼치고 나아가는 광경을 담았다. 갈색 기함과 파란 바다, 초록색 배경이 어우러진 가운데 가장 자리에 그리스 신들을 배치해 대담하고 우아하다.

장인 손끝에서 수작업으로 탄생

스카프는 두건으로 멋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올해 봄여름 여성 스카프.
에르메스는 실크 장인이 많은 프랑스 리옹에서 스카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예술가들과 협업해 다채로우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에르메스는 중국에서 수입한 생사를 사용해 리옹에서 실크를 짜고 프린트한다. 에르메스는 “실크 스카프는 매우 빽빽하게 짜여져 있고, 실크 트윌 스카프의 무게는 79g로 깃털처럼 가볍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스카프 제작을 위해 약 7만5000가지의 색을 낼 수 있는 색상 차트를 이용한다. 한 가지 색상을 프린트하는 데는 한 개의 스크린만 사용한다. 스카프의 색상이 40개로 구성된다면 스크린도 40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한 스카프에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은 최대 48개로 제한하고 있다. 색상에 따라 스크린을 조각하는데, 오랜 시간과 섬세한 기술이 요구된다. 인쇄담당자는 여러 색상을 원본과 비교해 시험해 본다. 착색을 담당하는 팀의 지원을 받아, 필요한 색상 배합을 결정하기 위해 때때로 50회에 걸쳐 시험을 하기도 한다. 인쇄한 후에는 스팀으로 색상을 고착시키고 말린 다음 마무리한다. 색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고 빛바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봉사가 특수 바늘을 사용해 손으로 스카프 테두리를 굴린다. 테두리 굴림에는 40분 정도가 걸린다. 완성된 각각의 스카프는 약 40명이 품질을 검사한다. 이를 모두 통과한 스카프만이 비로소 리옹을 떠날 수 있다.

블라우스, 두건으로 활용

스카프는 목에 둘러도 좋고 어깨가 드러나는 톱이나 숄더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왼쪽부터). 에르메스 제공
스카프를 이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목에 두른 후 그대로 두면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카프 모양이 조금씩 달라져 그 자체로 멋스럽다. 스카프링을 활용해 원하는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은 트윌리는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데다, 가방에 묶어 포인트를 주기에도 좋다.

에르메스 제공
사각형의 큰 스카프는 상의처럼 활용할 수 있다. 두껍지 않은 상의를 입고 스카프를 반으로 접어 목에 걸친 다음 목 아래 부분에서 스카프를 스카프링으로 고정해 보자. 스카프링 아래에 있는 스카프를 넓게 펼치고 그 끝을 바지나 치마 안으로 넣으면 스카프 무늬가 돋보이며 상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때 상의와 하의는 가급적 단색으로 된 단조로운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에르메스 제공
사각형 스카프를 대각선으로 접어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꼭짓점 부분을 상반신 아래에 가도록 하고 긴 부분은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 등 뒤에서 묶으면 어깨가 모두 드러나는 톱이 된다. 스카프 두 장을 겹친 후 양쪽 모서리를 묶어 블라우스처럼 입을 수도 있다.

스카프를 두건으로 활용하면 특별히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멋스러운 연출이 가능하다. 수영을 한 후 스카프를 넓게 펼쳐 허리에 둘러 물놀이 패션에 이용해도 좋다. 스카프 한 장의 양끝을 묶어 숄더백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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