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부채 오른쪽 밑에 흰 찔레꽃이 그려져 있다. 왼쪽 한편에는 나비 세 마리가 날고 있다. 단원 김홍도(1745∼?)가 중국 고대 사상가 장자의 나비 꿈 고사를 떠올리며 부채에 그린 그림이다. 부채에는 “장자 꿈속의 나비가 어찌하여 부채 위에 떠올랐느냐”는 시구가 적혀 있어 장자가 물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한 고사성어 ‘호접지몽(胡蝶之夢)’을 떠올릴 수 있다.
옛사람들의 꽃과 나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법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봄을 맞아 15일부터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옛 그림 속 꽃과 나비’ 전시를 열었다. 조선시대에 그려진 꽃과 나비 그림 15건 42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 사람들은 장수를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자주 그리고 감상했다. 문인들은 꽃을 키우는 것이 마음을 닦고 덕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집 안에 꽃밭을 만들었다.
조선 화가들은 꽃과 나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모방했다. 그리기 교재인 화보(畵譜)를 통해 화면 구도와 꽃의 자태, 나비의 동작 등을 익혔다. ‘남나비’라고 불릴 정도로 조선시대 나비 그림을 잘 그린 것으로 정평이 난 화가 남계우(1811∼1888)는 나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능했다. 붉은 바탕에 금가루가 뿌려진 종이 위에 그린 그의 ‘군접도(群蝶圖)’를 보면 나비의 날개 무늬까지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꽃 그림으로 이름이 높았던 화가 신명연(1809∼1886)의 그림도 전시돼 있다. 그는 식물 백과사전을 보면서 꽃에 대한 지식을 쌓고, 꽃을 자세히 관찰해 그림을 그렸다. 그가 비단에 채색한 꽃과 나비 그림은 분홍빛으로 물든 월계화와 노란색 호랑나비, 하얀 배추흰나비의 조화가 아름답다. 전시는 7월 28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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