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때 배운 바른 식습관이 여든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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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찾아가는 식생활 교육
전문교육 받은 학부모가 진행
“아이들 평생 건강 디딤돌 역할”
참여 어린이집 100여 곳 모집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구립그라시움은빛어린이집에서 열린 ‘찾아가는 식생활 교육’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조리복을 입고 학부모 강사와 함께 꼬마김밥을 만들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구립그라시움은빛어린이집에서 열린 ‘찾아가는 식생활 교육’에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조리복을 입고 학부모 강사와 함께 꼬마김밥을 만들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김 위에 밥을 올리고 엄마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세요.”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구립그라시움은빛어린이집에선 3∼4세 어린이 20명이 모여 앉아 꼬마김밥을 만들고 있었다. 강사 이은주 씨(54)가 “이제 단무지랑 우렁, 당근을 차근차근 올려 보세요”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재료를 집어 그럴싸한 김밥을 만들었다. 재료들은 비집어 나오고 옆구리 곳곳이 터진 김밥이었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만든 김밥이에요”라고 연신 자랑하며 식사를 마쳤다.

● 학부모 741명이 교육 전문가로

이곳에선 서울시가 올해부터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찾아가는 식생활 교육’이 이날 진행됐다. 시는 2013년부터 학부모를 식생활 교육 전문가로 만든다는 목표로 교육을 진행해 전문가를 배출해 내고 있다. 총 741명의 학부모가 식생활 강사가 돼 지난해에는 유치원 108곳에서 약 1880명에게, 초등학교 96곳의 약 720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진행했다. 호응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엔 어린이집 103곳에서 2490여 명의 어린이에게 식생활 교육을 제공한다.

이날 은빛어린이집에서 진행된 식생활 교육은 50분 동안 총 3가지 구성으로 마련됐다. 먼저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책 ‘나야, 쌀’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순서가 진행됐다. 대형 스크린으로 그림책을 보여주자 산만했던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쌀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우리 몸에 왜 좋은지 등을 설명한 이 그림책에 집중했다.

이후 아이들은 복주머니 안에 담긴 식재료를 만져보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이어갔다. 강사 이 씨가 “누가 친구들에게 식재료 설명해 볼까”라고 묻자,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었다. 대표로 나온 손모 양(3)이 복주머니에 손을 넣고 “주먹만 하다. 까칠까칠하다”라고 재료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 사이에선 ‘당근’ ‘오이’ 등의 대답이 쏟아졌다.

꼬마김밥을 만들고 식사까지 마쳤는데도 아이들은 학부모 강사 이 씨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이 씨는 “나도 두 아들을 키우는 부모라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바른 식습관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어릴 때부터 바른 식습관을 기르면 평생 지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 조종숙 씨는 “학부모들한테 이런 교육을 한다고 알려주면 반응이 매우 좋다”며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식습관 교육을 가정에서 받기 어려운 아이가 많은 편인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 하반기 어린이집 100곳 추가 진행

시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100여 곳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반기 어린이집 식생활 교육은 서울든든급식 누리집을 통해 신청 접수 등 자세한 절차를 안내할 예정이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음식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유아기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아이들의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디딤돌이 되는 일”이라며 “서울시가 직접 양성한 전문 강사를 통한 (식습관) 교육까지 시가 책임지고 실현해 나가도록 세심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식습관#서울시#찾아가는 식생활 교육#전문교육#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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