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국가경제 영향없게 소임다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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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항소심 4일만에 “심려끼쳐 죄송”
계열사 CEO회의 소집 이례적 참석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3일 사과했다.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이후 4일 만에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 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도 밝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창원 수펙스 의장 주재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그룹 현안을 논의하는 월간 회의체다. 최 회장이 참석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SK는 항소심 판결로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가 심각히 훼손된 만큼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번 회의가 소집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3심에서 재산분할 금액 1조3808억 원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 등 일부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태원 “SK 성장 역사 부정한 판결 유감… 진실 바로잡겠다”

이혼소송 리스크 정면돌파 의지
“AI 리더십-바이오 내실 중요”… 일정 모두 소화하며 분위기 다잡아
“비자금 안받아” “SK 성장 기여”… 이혼소송 3심서 핵심쟁점 될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고 4일 만에 작심 발언을 내놓은 데는 항소심 판결이 SK그룹 성장 역사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최 회장은 개인의 일로 시작된 소송의 여파가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소송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룹 경영 전면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린·바이오 등의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며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인공지능(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선두로 올라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경쟁력을 확대하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배터리, 에너지 분야의 사업 재편에도 총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항소심 선고 당일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남은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SK㈜ 이사회와의 이후 만찬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선고 결과에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공식 일정을 이어가며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구성원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우리 CEO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기업 가치 및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노태우 정권의 특혜설을 인정한 2심 판결로 SK그룹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당했다는 것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특히 한국이동통신 인수 과정 등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사법부에서 이렇게 판단할 수 있냐며 분개하고 억울해했다”며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결의감도 나눴다”고 전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날 최 회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항소심 판결까지만 선고돼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향후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혼소송 3심의 주요 쟁점은 ①고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지원의 실체성 ②통신사업 진출 특혜 여부 ③재산 분할 대상 범위 등 3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비 등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에 흘러들어가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비자금 지원 주장의 증거가 김옥숙 여사의 자필 메모와 약속어음뿐인 만큼 3심에서 이 두 가지가 충분한 증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역사에서 주요 근간이 된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노 정권의 특혜가 있었는지도 쟁점이다. 노 관장 측은 노 정부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SK에 유리하게 법을 바꿔줬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노 정권 때 대한텔레콤의 사업권 반납으로 인한 내부 좌절과 분노, 이후 김영삼 정부 들어서야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성공한 것은 모두가 기억하는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재산 분할 대상의 범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SK실트론 총수익스와프(TRS)의 경우 최 회장 개인의 결정으로 이뤄진 투자였던 만큼 노 관장이 기여한 바가 없다고 봤다. 한국고등교육재단, SK행복나눔재단 등 사회공헌재단에 출자된 금액의 경우에도 최 회장 개인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측은 모두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자산을 기초로 해 부부 공동재산에 포함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sk#국가경제#이혼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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