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신체·정신 건강에 모두 좋지만, 큰 목적 중 하나인 체중감량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그래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속된 말로 ‘빡세게’ 운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고강도 운동이 몸무게를 줄이는 게 아니라 되레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차례 고강도 운동을 하고나면 신체의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교란되어 운동 후 활동량이 줄어들고 체온이 낮아지며 체중이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일본 쓰쿠바 대학 연구진이 8일(현지시각) 미국 스포츠 의학회 공식 학술지 ‘스포츠와 운동의 의학과 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발표했다.
운동이 체중감량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은 것은 운동 후 신체활동 감소로 인한 이차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은 생체 리듬을 따라가며, 밤에 잠들 무렵 수치가 낮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정점에 도달하며, 신체와 정신적 활동 수준을 조절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격렬한 고강도 운동을 한 번만 해도 이 생체 리듬이 깨져 신체 활동과 체열 생산이 감소하고 체중 감량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후나바시 다이스케 교수가 주도한 연구진은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격렬한 운동, 중간 정도의 운동, 휴식 세 무리로 나눴다. 운동은 30분간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뛰게 했다.
운동 전 이틀간과 운동 후 사흘 동안 비활동성 신체활동 및 체중 증가와 관련된 심부 체온을 관찰했다. 또한 운동 후 6시간 및 24시간 후에 혈장 코르티코스테론을 검출해 측정했다.
그 결과 고강도 운동을 한 무리에서만 음식 섭취량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심부 체온이 떨어지고 이후 신체 활동이 감소하여 다음 날 체중이 증가했다. 가장 열심히 운동한 쥐는 운동을 하지 않은 날에 비해 운동 후 24시간 동안 활동량이 약 30% 감소했는데, 연구자들은 러닝머신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신체활동과 체온 사이의 동기화가 깨지는 것을 관찰했다.
“격렬한 운동 후 너무 지쳐서 움직일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은 우리 연구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라고 공동 저자 마츠이 타카시 교수가 지난 4월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아침에 일어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코르티코스테론 수치가 하루의 신체활동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 요법을 설계할 때 운동 중 소모되는 칼로리뿐만 아니라 이후의 활동 수준과 생체리듬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츠이 교수는 “이후의 비운동 신체 활동을 감소시킬 정도로 고강도로 과도하게 운동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라며 “따라서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비운동 신체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반적인 일상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 강도를 적당히 조절하라는 것이다”라고 같은 매체에 말했다.
하지만 고강도 운동보다 중간강도 운동이 체중 감량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연구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과학자도 있다.
미국 듀크 대학교의 허먼 폰처 진화 인류학·세계 보건학 교수는 “이 결과를 격렬한 활동보다 적당한 활동을 처방하는 데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 특정 결과가 인간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뉴사이언티스트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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