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심리학 연구결과는 너무 많다. 그중에 하나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에 관한 연구들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서 이미 알고 있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힘들 때,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찾고자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더 많은’ 아이디어를 서로 제시하다 보면, 그중에 완전히 새로운 창의적인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각자 지식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서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다 보면, 그것들에 새로운 생각이 서로 자극받고 원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막 일어나서 결과적으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생산되는 과정을 예상했다.
하지만, 사회심리학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정반대의 결과가 더 흔하다. 서로의 아이디어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더 다양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비슷해지고 결국 덜 창의적인 생각들로 수렴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기능적 현상을 더욱 악화시켜 최악의 결과로 이끄는 요인은 바로 타인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브레인스토밍의 첫 번째 원칙이 ‘타인의 아이디어를 절대 평가하지 않기’이다.
하지만 아무리 평가하지 말자고 열심히 약속하고 다짐해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이상해 보일 거 같은 ‘진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얘기하기를 주저한다. 게다가 누군가가 타인의 생각에 비웃거나 상을 찌푸리거나 고개만 살짝 흔들어도 번개같이 눈치채고 모두 자기검열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할 거 같은 생각은 감추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뻔한 아이디어만 얘기하다가 브레인스토밍은 허망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조세재정연구원의 저출산 대책에 관한 한 보고서에 난리가 났다. 그 보고서에 포함된 ‘여성 조기입학’ ‘노인 은퇴이민’ 등의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국책연구원의 보고서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실제로 그 내용은 쉽게 동의하기도 힘들고, 더구나 한 국가의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초저출산 현상은 그 어떠한 노력에도 심각해지고 있다. 예산도 퍼부었고 웬만한 것은 다해봤는데도 출산율은 올라가기는커녕 점점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방법, 황당하지 않은 방법은 다해봐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 전체에 좀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마 정부와 모든 관련 기관,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때 굳이 어떤 아이디어의 황당함을 비난해서 우린 무엇을 얻을까? 그렇게 자기검열을 부추기면 전혀 황당하지 않으면서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딱 나오게 될까…황당하고 부적절한 아이디어는 결국 채택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에게 그 정도 합리성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창의성이 부족한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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