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싸고 오래 보관 가능”
냉동과일 수입량 1년새 38% 늘어
쌀때 얼린 채소, 가격변동 타격 적어
대파-시금치-무 냉동상품도 급증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최정효 씨(32)는 냉동된 과일과 채소를 구매한 뒤 작게 썰어 냉동고에 넣어두곤 한다. 올해 초부터 냉동 신선식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최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채소나 과일을 다 못 먹고 썩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냉동된 파와 블루베리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먹을 때만 조금씩 꺼내 쓰고 다시 저장해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등의 영향으로 국내 신선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냉동’ 신선식품 판매량이 덩달아 뛰고 있다. 상대적으로 싸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 덕택에 소비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12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냉동 과일 수입량은 2만479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936t)보다 38.3% 늘었다. 연간으로 따져도 냉동 과일 수입량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9년 4만6530t에서 지난해 6만3640t으로 5년간 36.8% 증가했다. 올해는 4월까지 통계만 나와 있지만 예년보다 증가세가 훨씬 가파른 셈이다. 고물가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CJ프레시웨이에 따르면 냉동 과일 상품군 유통 규모는 최근 3년간 연평균 30%씩 늘었다. 특히 냉동 블루베리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CJ프레시웨이만 하더라도 냉동 블루베리 1∼5월 누적 판매량이 약 458t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7% 늘었다. CJ프레시웨이의 유통 경로는 외식 및 급식 사업장, 식자재 마트,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다양하다.
유통업계에서도 냉동 식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홈플러스는 올해 4월 기준 냉동 수입 과일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늘었다. 특히 딸기, 파인애플, 블루베리의 매출이 각각 70%, 60%, 50% 이상 증가하며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냉동 과일은 과일값 상승,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용량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 올해 1∼5월 냉동 과일 품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2% 증가했다.
과일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대파, 시금치, 무 등 채소류를 얼린 채 판매하는 상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는 “콜드 체인 기술이 발달하며 예전보다 냉동 보관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에 채소 값이 낮을 때 사서 보관했다가 올랐을 때 팔면 마진을 남길 수 있다”라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대파, 시금치, 무 등을 어느 정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소비자들의 수요도 높다”고 전했다.
냉동 신선식품의 인기는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은 데 대한 반사 효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7.3% 올랐다. 사과(80.4%), 배(126.3%) 등 신선과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 올랐다. 토마토(37.8%), 고구마(18.7%), 배추(15.6%) 등도 오르면서 전체 농산물 물가는 같은 기간 19.0%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래 주부들이 가정에서 남은 식재료를 냉동해 보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냉동 식재료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며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물량이 충분할 때 많이 확보한 뒤 얼려뒀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냉동 식품은 소비자들과 유통업체에 ‘윈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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