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우주선 승무원 대상 분석
노화 방지 유전자 ‘텔로미어’ 길어져
지구 돌아오면 원복… 더 짧아지기도
우주 공간에서 살게 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최근 우주 공간에 3일만 있어도 노화가 일시적으로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방사선의 영향으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기존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스페이스X가 주도한 민간인 우주 의학 프로젝트인 ‘인스피레이션 4’ 연구 결과가 1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스페이스X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민간인 4명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태워 고도 585km로 보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는 고도 408km보다 더 멀리 간 것이다. 이들은 3일간 우주에서 머물다가 지구로 귀환했다.
당시 승무원 4명은 자신들의 혈액과 피부 각질 샘플을 채취했고,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주기적으로 혈액 샘플을 제공했다. 미국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연구진은 우주에 가기 전과 후의 혈액에서 유전자 및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를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연구 결과는 노화 방지 유전자로 알려진 ‘텔로미어’가 우주 공간에서 길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우주인 4명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텔로미어는 유전자 끝에 달린 기다란 염기서열이다. 유전자의 손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가 길수록 유전자가 온전히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세포가 천천히 늙게 된다.
앞서 2017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와 일란성 쌍둥이인 마크 켈리의 신체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 우주에서 텔로미어가 길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는 단 3일만으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방사선에 의해 망가진 텔로미어를 고치는 과정에서 오히려 길이가 더 길어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회춘’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구로 돌아온 뒤 우주인들의 텔로미어는 빠르게 원래 길이로 돌아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로 가기 전보다 더 짧아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수전 베일리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텔로미어는 우주 여행 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변화 중 하나”라며 “장기적인 건강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경우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텔로미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체 변화는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주인들은 우주 공간에 있는 동안 뼈와 근육이 손실되고 뇌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지만 6개월 내에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 회복 속도는 여성이 좀 더 빨랐다. 인스피레이션 4에 참여한 여성 우주인 2명이 남성 우주인 2명보다 더 빠르게 이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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