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만에 옷 갈아입는 ‘나주 금성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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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 객사’ 보물 지정 건축물
나주시, 2027년까지 해체 보수 진행… 현장에 홍보관 설치해 전 과정 공개
국보인 여수 진남관은 복원 마무리… 내년 초 시민 품으로 돌아갈 예정

전남 나주시 과원동에 자리한 금성관. 1885년 중수 이후 약 140년 만에 해체 보수에 들어간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시 과원동에 자리한 금성관. 1885년 중수 이후 약 140년 만에 해체 보수에 들어간다. 나주시 제공
국내에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관아(官衙) 건축물이 총 13건 있다. 이 가운데 2건이 전남에 있는데, 나주시 금성관(보물 2037호)과 여수시 진남관(국보 304호)이다. 관아 건축은 본래 관원이 나랏일을 보는 곳인 만큼, 궁궐이나 사찰과 달리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기단이 비교적 높고 처마를 날개처럼 떠받치는 익공(翼工), 팔작지붕(위에 까치박공이 달린 삼각형의 벽이 있는 지붕)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민가와 달리 단아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현존하는 객사 정청(政廳·중심 건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금성관이 약 140년 만에 해체 보수에 들어간다. 조선시대 지방 관아 단일 건물 중에서 가장 큰 진남관은 올해 말 보수를 끝내고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이다.

나주시 과원동에 자리한 금성관은 조선시대 나주목의 관아 건물이다.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와 궁궐을 상징하는 궐패(闕牌)를 모셔 두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고을의 관리와 선비가 모여 궁궐을 향해 망궐례(望闕禮)를 올렸다.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의 숙소로도 이용됐다.

금성관은 조선 성종 18∼20년(1487∼1489년)에 나주 목사 이유인이 건립했고, 몇 차례 크고 웅장하게 중수하고 시설을 확충했다. 일제강점기에 객사 지위를 잃게 됐지만 1919년 나주군청 청사로 사용되면서 훼철의 운명을 비켜 갈 수 있었다. 덕분에 2019년 보물로 지정돼 관리됐다.

금성관은 다른 지역 유사 건축물과 차별화된 건축적 특성을 보인다. 정청은 양옆으로 익헌(翼軒)을 거느리는 형태라 맞배지붕을 얹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성관은 유일하게 팔작지붕으로 설계됐다. 내부 구조도 정청보다는 오히려 궁궐의 정전과 유사한 모습이다.

금성관은 ‘의향(義鄕) 나주’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김천일 선생이 호남 의병 출정을 알렸던 장소였고, 조선 말기(1895년)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나주 유생들이 금성관에서 구국 정신을 부르짖으며 통곡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2018년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 기념식이 열렸던 곳도 금성관이다.

금성관이 해체되는 것은 1885년 마지막으로 중수된 이후 약 140년 만이다. 나주시는 2017년 금성관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건축물 노후화 등에 따른 구조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국가유산청과 보수 범위와 방향 등에 대해 협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부터 건물이 급격하게 변형됨에 따라 활주(추녀 밑에 받친 보조 기둥), 가새(대각선으로 맞댄 쇠나 나무)를 설치하는 등 긴급 보강 공사가 이뤄졌고 현재 모니터링이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썩고 파손돼 구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둥 등 목재로 이뤄진 부재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짜 맞춰 댄 나무 쪽인 건물 공포부터 이보다 더 큰 구조물까지 해체 보수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해체 보수 설계를 마쳤다.

나주시는 최근 국가유산청 산하 특수법인인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과 금성관 해체 보수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성관 해체 보수 사업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100억 원이 투입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금성관 해체 보수 과정을 시민과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현장에 홍보관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조선시대 전라도 행정의 중심지였던 나주목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금성관의 성공적인 해체 보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시 군자동에 있는 진남관은 왜구를 진압하고 평안한 남해를 만들기를 소망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진남관은 1718년 이제면 전라좌수사가 중건할 당시 나무 기둥이 70개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공립보통학교로 이용되면서 건물 뒤틀림과 지반 하부 침식 등 구조적인 불안정으로 훼손이 우려됐다. 2015년 해체 보수 공사를 시작해 현재 보수가 90%가량 이뤄졌다. 총공사비 180억 원이 투입됐다. 발굴조사, 초석·기둥·목부재의 조사 및 조립 등은 문화재청 기술지도단의 자문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지붕 기와 및 단청 마무리 공사를 끝낸 뒤 내년 초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주 금성관#금성관#조선 최대 객사#보물 20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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