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 시대' 기로에 선 한국 금융]
노조 반발로 협력사에 고용 승계
美선 15년 만에 해고 건수 최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일자리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콜센터 상담사가 AI 때문에 대규모 해고 위기에 몰렸고, 이미 미국에선 AI발 대해고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한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예금·대출·인터넷뱅킹 업무 등을 맡던 6개 콜센터 용역회사를 4개로 줄이기로 하고, 콜센터 2곳에 소속돼 있던 상담사 240여 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했다. 당시 해당 은행 측은 “AI 상담이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나간 이후 영업점에서 대면 영업을 잘 진행하면서 콜센터 콜 수가 줄었다”며 해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해고 노동자들이 다른 협력사로 고용 승계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고 사태를 계기로 AI발 인력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정형화된 화이트칼라의 일까지도 AI가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향후 AI가 할 수 없는 고도의 사고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업무를 창출해 내야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CNBC는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 2월 미국 테크(기술)와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8만4638명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18만6350명) 이후 2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챌린저 측은 “지난해 4247개 일자리 감축에 AI가 직접 언급됐으며, 인력 부문에 대한 AI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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