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 시대' 기로에 선 한국 금융] 〈下〉 현실이 된 AI 미래금융
글로벌 금융사들 ‘AI 서비스’ 확대
“말 한마디로 신용카드 분실 신고”… “자산관리사 근무 주15시간 줄어”
전문가 80% “매출 늘고 비용 절감”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거주 중인 직장인 로라 사비오 씨(34)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가상 재무 상담사 ‘에리카(erica)’를 애용한다. 간편 송금이나 세금 납부와 같은 일상적인 금융 업무 외에도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비오 씨는 “말 한마디만으로 신용카드 분실, 해제 신청을 할 수 있고 푸드트럭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은 날이 언제인지도 알려준다”며 “금융사 앱으로 일상을 꼼꼼히 챙길 수 있어 요긴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2018년 출시된 월가 최초의 금융 자문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미국 월가의 금융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발판 삼아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회사 내부의 업무 효율화를 넘어 고객 서비스, 자산관리 및 운용 등에서도 AI를 적용시키는 추세다.
● 美 월가 점령한 AI 금융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글로벌 주요 금융사들은 AI 기반 서비스를 상용화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 시간) 콘퍼런스콜에서 “AI를 활용하면 자산관리사들이 1주일에 일하는 시간을 10∼15시간 줄일 수 있다”며 “고객과의 회의를 메모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도구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서 AI가 처음 확산된 것은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업무 효율화를 위해서였다. 실적 발표 및 자료 요약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화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 기록, 거래 정보를 학습시킨 머신러닝으로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금융사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 수요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다. 2018년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필두로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등이 AI에 기반한 금융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내놨다. 이들은 플랫폼이 ‘AI 금융비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송금, 저축 및 지출 관리뿐 아니라 투자 정보 제공, 24시간 상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 엔비디아가 전 세계 500명 이상의 금융 서비스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80% 이상이 AI 도입을 통해 매출을 거두고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고 답했다. 이동근 삼정KPMG AI센터 전무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디지털 혁신이 발현된 금융업에서 AI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편리성, 접근성을 높인 서비스가 보다 다양하게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초개인화된 AI 금융비서 시대 도래
월가에서는 AI를 활용해 고객별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고객의 재무 목표, 위험 성향 등을 고려해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AI가 ‘초(超)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뱅커(PB)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자체 AI 알고리즘으로 계정을 모니터링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가 고객 자산 3331억 달러(약 460조 원)를 굴리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오픈AI의 모델을 이용한 투자 분석 서비스 ‘인덱스GPT’를 출시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9월 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PB들의 업무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생성형 챗봇을 출시하기도 했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생성형 AI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대화형 챗봇으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즉각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AI는)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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