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에만 기대는 與 “일상화 각오해야” 목소리 쏟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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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의총서도 대응책 못내놔
친윤-중진들 “野폭주에 불가피”
일부 “대통령에 정치부담 떠넘겨”


“상대는 불법 무기로 싸우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올림픽 태권도 선수처럼 싸우나.”(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일상화를 각오해야 한다.”(김상훈 의원)

1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친윤(친윤석열) 및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독주에 맞설 분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사흘째 의원총회만 이어가는 가운데 결국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엔 기댈 데가 없다는 목소리가 득세한 것. 이를 두고 당내에선 “거부권 행사 요청만 반복해 용산 대통령실에 모든 정치적 부담을 떠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자칫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단독 소집한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법안들에 대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법안들이 폭주해서 본회의에 통과된다면 우리는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야권이 법사위 등 상임위를 잇달아 열고 법안 처리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해 모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대표적 친윤 의원인 이 의원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입법 폭주 대책으로 쓸 수밖에 없는 카드란 걸 의식화해야 한다”고 했고, 4선 중진의 김 의원은 “(국민의힘) 108석에 안도한 이유가 무엇이냐. 거부권 행사 때 8석이 막을 수 있어서가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거부권 일상화라는 생경한 상황은 여권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의원도 “민심을 등에 업어야 민주당에 대응할 수 있는데 거부권 의존은 민심을 돌릴 수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국민의힘#일상화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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