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분야 집중 투자… AI-반도체 등 세계적 인재 키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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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웅 동국대 총장 인터뷰
세계 정상급 연구자 육성-초빙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 늘리고… 교내 창업 땐 학교가 투자 나서
인문학 교육 강점 공학에 융합… 열린전공학부 경쟁력 높일 것

문학 박사인 윤재웅 동국대 총장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은 118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이공계 투자를 적시에 잘 못했다”며 “앞으로 이공계 분야에 집중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com

지난해 3월 취임한 윤재웅 동국대 20대 총장은 40년 넘게 학생과 교수로 동국대에 몸담아 왔다. 1979년 동국대에서 열린 만해백일장에서 대상을 탄 뒤 1981년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03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동국대 총장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은 “급변하는 신기술과 첨단 분야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고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공계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문학을 전공한 총장이 나서서 이공계에 투자해야 인문계도 반발하지 않고 이공계도 믿는다”며 “학부모들이 ‘인문학에 강한 동국대가 이공계도 경쟁력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선택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공계 인재를 어떻게 키울 건가.

“인공지능(AI), 차세대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래 사회를 선도할 분야에서 세계 상위 1% 연구자를 3명 이상 육성하거나 초빙하고, 이 분야의 학생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2023학년도부터 2025학년도까지 첨단 분야 학부 및 석박사 정원을 269명 늘렸다. 교수를 채용할 때도 이공계 분야를 더 뽑는 등 이공계 교육 환경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30억 원을 조성해 이공계 교수가 창업한 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은 이공계 분야 연구와 창업기업에 재투자하겠다. AI산학협력관(가칭)도 서울캠퍼스에 지어 첨단 분야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하려 한다.”

―내년도에 15.7%를 무전공 선발하겠다고 했다.

“학생이 모든 전공에서 자율 선택하는 1유형이 11.1%(229명), 단과대 내 전공에서 선택하는 2유형이 4.6%(96명)다. 동국대는 무전공을 ‘열린전공’이라고 부른다. 열린전공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2학년 때 선택하지 않은 학과가 고사될 거라고 우려하는 교수들이 많다. 종합대학으로서 순수 학문 후학도 양성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교육부가 제시한 상한선인) 25%를 선발했다간 부작용만 클 수 있다. 소속감 없는 학생을 중도 탈락 없도록 어떻게 지도할지, 소수 학과를 어떻게 배려할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며 조금씩 늘려야 한다.”

―특정 학과 쏠림 우려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

“열린전공학부 입학생은 다전공(여러 전공)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다전공을 선택할 때 인문·사회, 자연·공학 계열 학과를 각각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학과 문학을 융합한 인재가 사회에서 인정받는다면 앞으로 무전공이 더 확대되고 한국 대학 교육도 발전할 수 있다. 전공을 선택할 때 성적 제한은 두지 않는다. 다만 학과에 따라 원활한 전공 공부를 위해 미리 들어야 하는 선이수 과목 1, 2개를 지정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과 학부모가 열린전공으로 입학해 성공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 전 따로 열린전공학부 설명회를 할 방침이다.”

―소속감이 없어 중도탈락 우려도 나온다.

“기존 학과 교수를 열린전공학부 교수로 임명해 학생들이 전공 탐색하는 것을 돕고, 진로와 상담을 집중 지원하는 어드바이저도 채용할 예정이다. 또 선배가 1학년의 대학 생활 적응을 돕게 하겠다.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수에 따라 강좌 개설 숫자나 실험실습비 예산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학사 구조도 유연화하겠다.”

―한류 특화 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한국 내 어떤 대학도 한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동국대에는 한류의 바탕이 되는 학문이 많아 어렵지 않게 한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우선 한류융합학술원을 설립한 뒤 단계적으로 한류융합대학원을 세우려 한다. 올해 동국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2296명인데 한류융합대학원을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며 유학생을 더 늘릴 수 있다. 한 학기 두세 번은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 경험과 같은 프로그램도 넣을 수 있다. 산학협력은 물론 국가를 홍보하는 일에도 동국대가 큰 역할을 하겠다. 내년 2학기나 2026년 1학기에 대학원을 출범시킬 생각이다.”

―오랜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빠듯하지 않나.

“건학위원회에서 세운 제1명제가 ‘불교 중흥이 곧 동국대 발전이고, 동국대 발전이 불교 중흥이다’라는 것이다. 장학금을 확대해 부처님 가르침을 잘 익힌 훌륭한 인재를 기르고 그들이 사회 여러 분야로 가면 불교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로 지난해 불교계와 동문으로부터 125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았다. 올해는 250억 원을 모으고 앞으로도 그 정도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동국대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866억 원 수주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총장이 직접 교양강의를 해 화제가 됐다.

“‘동국의 역사와 인물’이란 온라인 강의를 했다. 동국대의 역사와 인물을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애교심과 자부심을 고취시키려 노력했다. 시설 투자 등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이 동국대 출신이라는 자긍심이 충만해야 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 지난해 오전 7시에 총장과 대화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만났던 것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임기 동안 구성원의 애교심에 최대한 불을 댕기고 싶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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