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 쿠팡에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검색 순위를 높이고, 임직원들을 동원해 PB 상품에 높은 평점을 줘 소비자를 속인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혐의다. 1400억 원은 공정위가 국내 유통업체에 물린 과징금 액수로는 사상 최대이고, 이 회사 1분기 영업이익의 2.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할 때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와 관계없이 PB 상품을 화면 상단에 보여준 것을 공정위는 소비자 기만행위로 봤다. ‘생수’를 검색하면 PB 제품인 ‘탐사수’를 제일 먼저 보여주는 식이다. 2019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6만 개가 넘는 PB 상품과 쿠팡이 직매입해 파는 상품이 다른 업체의 제품보다 높은 순위로 노출됐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쇼핑하는 소비자는 원하는 품목을 검색했을 때 먼저 뜨는 제품에 눈길이 더 가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쿠팡 측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사에 더 이익이 되는 PB, 직매입 상품을 우선 노출한 건 소비자의 판단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 품목별 검색 순위 100위 아래에 있던 제품이 알고리즘 적용 후 1위로 올라선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쿠팡 측은 이렇게 추천하는 PB 상품과 다른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구분해 알리지도 않았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많이 참고하는 구매 후기도 쿠팡 측이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2000명 넘는 임직원이 참여한 ‘쿠팡 체험단’을 만들어 7000종 이상의 PB 제품에 7만 개가 넘는 구매 후기를 달도록 하고, 임직원들은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의 높은 별점을 줘 구매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장점 위주로 서술’ ‘회사가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등 후기를 쓸 때 지침까지 정했다고 한다.
쿠팡은 이커머스 1위일 뿐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국내 유통업계 1위에 오른 거대 기업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를 속였다면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쿠팡 측이 “유통업체의 상품 진열을 문제 삼는 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반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명확히 가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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