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다문 입술 위로 콧수염이 간결하게 나 있다. 수염은 입술을 덮지 않을 정도로 짧다. 69세라는 나이를 보여주듯 수염 곳곳이 하얗게 바랬다. 하지만 짧게 자른 머리, 동그란 뿔테 안경, 인자한 표정은 우리가 아는 백범 김구(1876∼1949)의 모습 그대로다.
이 사진은 1945년 9월 촬영됐다. 흑백인 원본 사진을 컬러로 복원했다. 백범이 1945년 11월 귀국한 사실에 비춰 보면 중국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몸담았던 시절에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촬영된 백범 사진은 많지만, 콧수염을 기른 모습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백범의 미공개 사진을 비롯해 조선과 일제강점기 사진 390여 장이 담긴 사진집 ‘당신이 보지 못한 희귀사진’(전 3권·서해문집)이 26일 출간된다. 임정에서 활동한 김구, 조소앙, 신익희, 김원봉의 단체사진, 1930년대 서울 시가지 사진 등이 눈에 띈다. 책을 펴낸 대만 사진 수집가 쉬쭝마오(徐宗懋)는 1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콧수염을 한 김구의 모습은 아마 이번에 처음 볼 것”이라며 “중국 국민당에서 보관해 온 임시정부의 사진들을 개인적으로 수집했다. 서울 시가지 모습은 대부분 서양과 일본 사진작가들이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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