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권고 수용, ‘반쪽’ 등재 감수”
‘모든 역사 포괄적 설명’엔 언급없어
외교부 “전체 역사 충실히 반영해야”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일본이 1800년대 후반 이후 유산이 대부분인 핵심 근대유산 구역을 제외하기로 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권고를 수용해 7월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WHC)의 등재 결정을 이끌어내려는 취지다.
하지만 사도광산 주요 지역을 제외해 ‘반쪽’ 등재를 감수하더라도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는 어떻게든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겉으로는 권고를 이행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은 뒤 지역 안내, 관광 상품에 슬쩍 끼워 넣는 식으로 일본 정부가 ‘꼼수’를 부리면 국제사회가 별달리 손을 쓰기 어렵다는 점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올 7월 세계유산위 등재를 실현하기 위해 이코모스 지적을 받은 기타자와 지구를 제외하고 완충지대로 하는 방침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이달 6일 사도광산에 대해 등재 ‘보류(refer)’를 권고했다. 이코모스는 보고서에서 기타자와 지구를 유산 범위에서 제외하고 광산 채굴의 모든 기간에 걸친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해설·전시 전략을 개발해 현장에 설치하라고 명시했다.
기타자와 지구는 사도광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20세기 중반에 발전소, 광산 시설 등으로 쓰인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 흔적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기타자와 지구는 20세기에 본격적으로 조성된 곳인 만큼 16∼19세기 중반(에도시대)으로 세계유산 대상 시기를 한정한 일본 정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코모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가 권고한 ‘모든 기간에 걸친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본은 애초 에도시대로 세계유산 대상 시기를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감추려 했다. ‘16∼19세기 유산 신청에 왜 20세기 유산이 있는가’라는 취지의 이코모스 지적에 일본은 해당 구역을 세계유산에서 빼는 방식으로 끝내 강제노역 역사를 숨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계에서는 강제동원 역사를 감추고 등재를 현실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인 강동진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훗날 이코모스의 권고를 일부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건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본이 등재를 신청하면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했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음 달 열릴 세계유산위에서 한국이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코모스 심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부터 “사도광산 전체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양국 간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에 “시기와 지역을 한정해도 어차피 사람들은 광산 전체를 보게 된다”며 “후대에 사죄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일본 보수 강경파의) 흐름이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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