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앞인 쿠바 수도 아바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탑재한 러시아 함대가 정박하면서 일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해군은 구축함과 초계기 등을 인근으로 급파해 러시아 견제에 나섰다. 아바나는 미 최남단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와 불과 160km 떨어져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고르시코프 제독함, 카잔 핵잠수함, 카신 유조선, 예인선 등 4척으로 구성된 함대는 12∼17일 아바나항에 머물기로 했다. 12일 아바나의 명물 말레콘 방파제에는 러시아 함대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리 군함이 대서양 일대에서 600km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마친 후 쿠바에 정박했다”며 훈련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로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군이 미국 코밑에 배치된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 해군은 구축함과 초계기 등을 남부 해역에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미 군함 4척이 카잔함을 감시했고, 미 구축함과 경비함은 고르시코프함에 따라붙었다고 보도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미 북부사령부(NORTHCOM)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핵추진 순양함 1척, 구축함 2척 등 군함 3척, 대잠초계기 등을 일대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미 일각에서는 러시아 군함의 아바나 기항이 1962년 양국이 핵무기 사용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무기 이전 시도 등 특이점이 포착되지는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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