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 핵무기와 한국의 재래식 무기를 통합해 대응하는 가이드라인이 담긴 ‘공동지침’을 작성했다. 핵우산 체제 구축의 근거가 마련된 셈인데, 양국의 서명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되면 8월 한미 연합 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때 처음으로 북핵 공격을 상정한 훈련을 하게 된다. 자주 들어 점차 둔감해진 느낌은 있지만 북핵 위협은 한반도 안보에서 실존적인 위기일 수밖에 없다.
핵 안보 전문가인 두 저자는 핵무기 개발 당시부터 현재까지 미국 핵전략이 경제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예상보다 빨랐던 소련의 핵 개발이 미국의 수소탄 개발에 미친 영향, 핵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초강대국 간 경쟁, 미국과 소련 수뇌부에 공멸 위험을 각인시킨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탈냉전기 다자간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미국의 핵전략 등이 담겼다.
얼핏 한국인이 왜 미국의 핵전략을 알아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직면한 북핵 위협은 미국이 겪은 상황과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이 북한보다 더 강한 핵무기를 보유하면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이뤄질 국제사회 제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는 더 강력한 무기를 갖기 위해 냉전 당시 미소 양국이 벌인 ‘안보 딜레마’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핵자산 전개로 대응하는 게 현실적이겠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미국의 안보 공약이 철저히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중 갈등과 맞물려 2021년 이후 핵전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그렸다. 저자들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공세적인 핵전략이 국제안보 환경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현대 국제정치에서 핵무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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