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권자를 만나다]①민주 지지층 “바이든, 이 정도면 잘했다… 트럼프 ‘극단주의’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4일 19시 26분


[美대선 앞 親민주-親공화-무당파 9명 인터뷰]
〈1〉 바이든 지지자 3인

“바이든 정책, 불평등 완화-소수자에 초점
트럼프 공화당은 추종자만 좇는 컬트 집단”

“고물가, 심각하지만 바이든 탓할 순 없어”
가자전쟁 이스라엘 군사 지원엔 의견 갈려

전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2024 슈퍼선거의 해’의 최대 행사인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이 약 넉 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지지율만 봐서는 3억3000만 명의 미국인이 왜 고령, 사법 리스크 등에 동시에 직면한 두 사람을 지지하는지, 왜 지지하지 않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에 동아일보는 지지 정당, 성별, 나이, 인종, 직업, 거주지역이 다양한 미 일반 유권자 9명을 최근 약 한 달 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지면의 한계로 다 싣지 못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지 후보별로 3회에 걸쳐 온라인 기사로 상세하게 전달한다. 유권자별 ①~⑧ 공통질문 가운데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제외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인도계 사업가 수닐 메타(65·남), 한국 태생의 입양인 크리스 워디카(38·남), 유대인 단체에서 활동 중인 대학원생 아비브 코하브(23·남) 등 민주당 지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리즈 안내〉
美 유권자를 만나다 <1> 바이든 지지자 3인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614/125439739/1

美 유권자를 만나다 <2> 트럼프 지지자 3인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614/125439752/1

美 유권자를 만나다 <3> 바이든-트럼프 거부하는 3인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614/125439761/1

바이든 지지자들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낙태와 기후변화 대응 등 진보적인 의제에 우선순위를 뒀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고물가로 인한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 팬데믹을 고려한다면 4년 전과 현재의 경제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바이든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다양했지만, ‘트럼프의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이었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수닐 메타(65·남)
인도 봄베이 태생으로 1980년에 미국으로 유학왔다. 인텔에서 첫 일자리를 얻은 뒤 38년 이상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다. 진보성향의 남아시아계 미국인 정치단체 ‘데이 씨 블루(THEY SEE BLUE)’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8년 ‘데이 씨 블루’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한 수닐 메타(왼쪽에서 두 번째)
2018년 ‘데이 씨 블루’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한 수닐 메타(왼쪽에서 두 번째)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바이든의 정책은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기에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 반면 공화당의 정책은 추종자들에게만 이익이 된다. 인성 측면에서도 한 사람은 인간 쓰레기(human garbage), 다른 한 명은 성실한 사람이다. 고민할 여지가 없다.”

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트럼프는 백악관에 있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화당은 트럼프를 위한 컬트 집단이다. 세계 질서가 아닌 국내 표심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

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격을 올려 큰 수익을 올렸다. 기업의 탐욕 때문에 생긴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표심을 고려하면 어렵겠지만…”

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4년 전보다 일자리도 늘었고 증시도 호황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서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결과다. 바이든에게 책임을 묻는 건 넌센스다.”

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이 지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했어도, 이스라엘의 무차별 대량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 여기에 돈과 무기도 지원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바이든은 최근에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민주당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좀 더 빨리 지원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공화당의 방해로 느려졌다.”

⑦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남아시아계 유권자들은 다수가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 다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접하면서 인종차별을 하고 이민자를 배척하는 공화당의 수사에 익숙해지고 있다. 국경강화법이 지키는 것은 백인 남성뿐일 텐데도 이들의 수사에 넘어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 행태(트럼프 선택)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 워디카(38·남)
한국 태생으로 미국 백인가정에 입양됐다. 대표적 경합주인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청소년기까진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2005년 미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정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며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지난 대선 때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중보건 공약에서 트럼프 행정부보다 바이든 캠프가 더 마음에 들었다. 소수자 권리와 낙태권, 기후변화 등의 의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지지한다. 여기에서 더 진전을 이루려면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간의 입법적 조치가 대부분 철회될 것이다.”

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공화당의 낙태권 폐지나 이민 정책, 기업에 대한 감세, 학교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

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많은 이들에게 타격을 준 식량, 에너지, 주거 비용 상승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대책은 사람마다 생각이 갈릴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기업에 책임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

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현재는 물가가 정점에선 내려왔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다. 사람들은 생존의 필수요소인 음식과 주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은 트럼프 임기 초 경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바이든이 더 대비되는 것 같다.”

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은 가자전쟁 휴전을 위해 더 많은 행동을 해야한다. 현재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하며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트럼프의 유죄 평결은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탄탄했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횡설수설했다.”

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나는 한국계이지만 백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인종은 복지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가르는 쐐기이기도 하다.”

아비브 코하브(23·남)
한국계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내 유대인 커뮤니티 ‘힐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대교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 모양 목걸이와 키파(모자)를 늘 착용한다. 트렌스젠더 남성이자 동성애자다.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2020년 대선땐 자유당 후보에 투표했고, 지금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내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고 싶지 않다. 내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스라엘과 ‘개인의 자유’를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진 뒤로 현재는 바이든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적지 않은 유대인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아예 하마스를 직접 공격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의 당선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너무 예측 불가능하고 비호감도가 큰 인물이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지지할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오히려 나빠질까봐 걱정된다.”

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일반적이고 비정치적인 의제 중에선 물가 통제가 최우선 과제다.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 권리, 총기 소지 권리 등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4년간 국가채무와 물가상승률이 모두 치솟았다. 다만 국가채무는 별로 와닿지 않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가시적인 문제다. 높은 금리 때문에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이 가자전쟁과 관련해 비교적 중간지점을 찾으려는 행보를 전반적으로는 지지한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의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현실을 인정한다. 최근 대학 내 반전 시위에 바이든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해한다. 만일 강하게 한쪽 편을 들었다면 오히려 갈등이 커졌을 것이다. 나도 혐오 발언과 위협을 수없이 들어 무척 힘들었지만, 표현의 자유 또한 중요하다.”

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원조를 패키지로 엮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는 대부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바이든은 두 지원책을 합침으로써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처럼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배심원단이 트럼프의 34개의 혐의 모두에 유죄라고 평결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트럼프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진 않는다.”

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모든 유대인의 의견이 같진 않다. 유대인 성소수자 그룹에서는 3분의 1 정도는 오히려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더 지지한다. 다만 이건 대학 사회의 압박감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느 편인지 드러내라고 압박하고, 우리를 받아들일지 증오할지 결정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친구를 잃었다.”
#미국 대선#美 유권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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