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 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인천에서 하루 종일 ‘병원 뺑뺑이’를 돌던 취약층 응급 환자가 지방의료원장으로부터 직접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15일 인천의료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2시경 50대 A 씨가 천공성 급성 충수염으로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A 씨는 평소 치매가 있는 데다 돌봐주는 가족도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자였다.
요양보호사와 함께 병원을 찾은 A 씨는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맹장이 터지면서 장폐색(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12일로 수술 일정을 잡았으나 A 씨가 무단 탈출을 시도하고 의료진에게도 다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차질이 빚어졌다. 병원 측은 수술 불가 입장을 밝히고 “정신의학과 협진이 가능한 병원을 가야 한다”며 퇴원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여파로 대부분 병원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복지관 측은 우선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으나 모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급한 대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혀 수소문했지만, A 씨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A 씨의 배는 맨눈으로 봐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었을 때 인천의료원으로부터 환자를 데리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 씨 상태를 보고 상급종합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으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결국 조승연 원장이 직접 수술을 집도하기로 결정했다.
A 씨는 12일 밤이 돼서야 입원했고 이튿날 오전 7시경 조 원장의 집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조 원장은 “의사는 환자를 가려가면서 받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의료계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국민 모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 원장은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 평소에도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겨우 받은 연락이었다”며 “의료계 사태에 따른 열악한 상황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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